환경부 “송파-거여지구 개발 바람직하지 않다”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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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첫 삽도 못 뜨는 것 아닌가?”

정부가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핵심으로 내놓은 서울 송파구 거여 신도시가 부처 간 이견과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으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발표부터 해놓은 결과라며 ‘전시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 속출하는 엇박자

환경부는 23일 열린우리당 장복심(張福心)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송파·거여 지구를 개발하면 서울과 경기 성남의 연담화(도시끼리 맞붙는 현상)를 초래하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가진 과천·하남시의 반발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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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부 장관은 최근까지 “거여 신도시 예정지가 그린벨트라며 대체 녹지를 요구한 환경부를 정부 차원에서 거의 설득했다”고 밝혀 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이어 “정부의 그린벨트 원칙에 비춰 이 사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득이 추진하려면 엄격한 사전 환경 검토 및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거여 신도시에 부정적인 서울시와 아직까지 의견조차 나누지 못했다. 추 장관은 22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와 거여 신도시 개발을 논의했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앞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거여 신도시를 건설하려면 서울시가 공동기초조사, 공청회, 지자체 의견 청취 등에 참여하고 이후 관련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15일 “조만간 거여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서울시의 자체 개발계획이 담긴 용역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혀 정부와 서울시의 정면충돌도 우려된다.

○ 꼬인 실타래 풀 수 있나

재정경제부, 건교부 등 8·31대책 주무 부처는 “이제 와서 신도시 계획을 반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건교부의 한 간부는 “8·31대책을 총괄한 이해찬(李海瓚) 총리에게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며 흥분했다. 건교부 박인복(朴寅福) 장관정책보좌관은 “거여 신도시 예정지 내 그린벨트 해제 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 외에 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설득은 더 어려워 보인다.

일단 건교부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관련 광역도시계획만 수립되면 후속으로 지자체가 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하기 전에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11월 정기국회에 상정키로 했다.

정부가 광역도시계획을 만들면 서울시가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미뤄도 일단 공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런 편법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강래(李康來) 의원이 22일 건교위 국감에서 “8·31대책은 투기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라는 상호 모순된 정책을 다루는 우를 범하고 있다. 거여 신도시는 재고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여당 내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8·31대책 마련에 참여했던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정책을 급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부처 및 지자체 간 제몫 챙기기와 힘 싸움을 제어하지 못해 국민들만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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