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東强西弱’…美-유럽은 감원-아시아 판매급증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7분


《세계 자동차 업계에 유례 없는 ‘동강서약(東强西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 부진에 따른 이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생산량을 감축하고 나선 데 비해 한국과 일본 업체는 오히려 생산 기지를 늘리는 등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다.》

○ 독일, 미국 업체들 ‘몸집 줄이기’

유럽 최대이자 세계 4위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의 베른트 피셰츠리더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 시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근로자들은 더 적은 월급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며 “(회사가) 손해를 보면서 근로자들이 직장 생활을 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은 폴크스바겐이 조만간 1만 명 정도를 감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은 노조 측과 2011년까지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해고는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어 조기 퇴직 등으로 감원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한 설비와 근로자 수를 판매량이 쫓아가지 못하는 폴크스바겐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 회사는 연간 6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지만 판매량은 연간 500만 대에 머무르고 있다. ‘과잉 투자’로 쓸데없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익은 3년째 감소세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도 올해 들어 북미의 생산량을 각각 10% 이상 줄였다. 미국 공장에서만 올해 안에 GM은 1만2000명, 포드는 2700명을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생산 기지 늘려가는 한국, 일본

이에 비해 한국과 일본 업체들은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GM과 포드가 미국 공장에서 각각 85%, 86%의 공장가동률(하루 8시간 2교대 기준)을 보인 데 비해 도요타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107%였다. 야근과 주말 근무로 생산량을 맞춘다는 뜻.

도요타는 최근 1억1000만 유로(약 1300억 원)를 들여 프랑스 발렌시엔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PSA 푸조 시트로앵 그룹과 합작해 올해 안에 체코에 새 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 밖에 혼다는 터키 공장을 소형차 생산의 전진기지로 삼기로 했고 닛산도 영국 공장을 확장하기로 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도 싼 가격을 무기로 ‘자동차의 발상지’인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25일까지 계속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사상 처음으로 3개의 중국 업체가 참여했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동유럽과 미국 공장 건설로 생산 기지를 늘려가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에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 데 이어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건설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기아차는 곧 미국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 기아차의 서유럽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1% 증가하면서 최고의 판매 신장을 이룬 제조사로 나타났다고 KOTRA 브뤼셀 무역관이 19일 밝혔다.

이 기간 중 기아차와 현대차를 합한 한국 자동차의 서유럽 시장 점유율은 3.6%에 이르렀다. 이는 서유럽의 평균 자동차 증가율(0.2%)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프랑크푸르트=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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