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릴사람 이미 다 빌렸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첫날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2단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이 시행된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우리은행 무교지점에서 은행 직원이 출입문에 대출 규제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각 은행 대출창구는 한산했지만 전화 문의는 평소보다 많았다. 이종승 기자
2단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이 시행된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우리은행 무교지점에서 은행 직원이 출입문에 대출 규제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각 은행 대출창구는 한산했지만 전화 문의는 평소보다 많았다. 이종승 기자
《부동산규제대책 중 하나인 2단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이 5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 각 은행 개인대출 창구는 한산했다. 그러나 투기지역 내 아파트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사실을 모르고 은행을 찾은 실수요자 가운데 일부는 은행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전화 문의는 빗발쳤다.》

○ 한산한 창구… 전화 문의는 빗발

5일 경기 용인시 우리은행 수지지점.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창구를 찾은 사람은 오전 내내 3명에 그쳤다. 이 지점 고객의 30∼40%는 2채 이상의 주택을 갖고 있다.

창구를 찾은 고객 가운데 한 명은 수월하게 대출을 받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대출 불가’ 판정을 받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40대 남성은 “이미 7월 초부터 동일인 대출이 안 된다”는 은행 직원의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남편이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중년 여성은 “왜 안 되느냐”며 은행 직원과 한동안 입씨름을 벌였지만 결국 포기했다.

하루 평균 5건 이상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했던 서울 서초구 국민은행 서초동지점에는 이날 한 명도 찾지 않았다.

이 지점 김형오(金炯五)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고객은 지난달까지 다 받아갔다”며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산한 창구와는 달리 전화 문의는 많았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 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20대 아들 명의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받았는데 갚아야 하느냐”는 문의도 적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적법하게 받은 대출은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회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이렇게 달라졌다

2단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은 신규 대출뿐 아니라 이미 풀린 돈도 회수하는 고강도 처방이다. 투기지역 내 신규 아파트 담보대출은 실수요자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우자가 이미 투기지역 내 담보대출을 받았는데 대출을 신청하려면 확실한 소득이 있어야 하고 총부채상환비율 40%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총부채상환비율은 주택담보대출의 연 원리금 상환액과 다른 빚의 연 이자 상환액을 더한 뒤 연간 총소득으로 나눈 것.

과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았더라도 30세 미만 미혼이면 총부채상환비율의 40% 내에서만 대출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는 기혼자와 소년소녀가장 등 일부 예외가 아니면 투기지역이건 비(非)투기지역이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20일부터는 투기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이 3건 이상인 사람은 만기가 돌아오면 대출금을 전액 갚아야 한다.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은행들은 이처럼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과 관련해 ‘선 상환, 후 대출’ 전략을 권하고 있다.

건수 기준으로 대출이 규제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갚고 다음에 유망한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신청하면 된다는 것.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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