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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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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을 연상하게 하는 0.75mm 두께의 은청색 철판은 액체 아연에 적셔져 회백색으로 말끔하게 단장한 뒤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 말려 나왔다. 포스코가 이날 완공한 이 공장에서는 연간 45만 t의 자동차용 ‘아연도금강판’이 생산될 예정이다.
○ 첨단 설비와 고부가가치 제품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강판은 0.02mm의 표면 흠집도 없는 ‘첨단 제품’. 레이저 용접 작업을 거쳐 철판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공정은 2700m나 된다. 맨 마지막에 철판을 1800m씩 잘라 둘둘 말면 완제품이 된다.
1만600평의 넓은 공장이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전자동이기 때문. 7명의 직원들은 몇 군데 통제실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통해 공정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작을 하면 된다.
아연도금강판은 철판 표면에 아연을 입힌 제품. 아연 처리를 하면 일반 철판에 비해 녹이 잘 슬지 않는다. 보통 액체 상태의 아연에 철판을 담갔다 빼는 방식이지만 이 공장에서는 ‘합금(合金)화 공정’을 한 차례 더 거쳐 도금이 벗겨질 여지를 없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황규삼(黃圭三) 공장장은 “이 강판은 국내외 자동차 업체에 t당 78만5000원 정도에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쇳물을 처음 가공해 만든 열연강판이 t당 58만∼60만 원 선, 이를 재가공한 일반 냉연강판이 t당 69만 원 선인 것에 비하면 부가가치가 높다.
○ 자동차 강판 생산거점으로
이날 제5아연도금강판 공장 준공으로 포스코의 아연도금강판 생산 규모는 연간 121만 t에서 166만 t으로 늘었다. 내년 6월 제6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규모는 연간 200만 t이 된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를 세계적인 자동차 강판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2003년 ‘자동차 강재 가공연구센터’를 건립했다. 맞춤형 재단용접(TWB) 등 첨단 공법을 이용한 자동차용 부품 공장도 올해 가동됐다.
현재 중국에서는 t당 40만 원대의 저가(低價) 냉연 강판이 생산된다. 싸기는 하지만 질이 낮아 자동차용으로는 중국 내수 제품의 내장재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이면 중국에서도 현재 한국의 일반 강판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할 전망이다. 저임금이어서 가격 경쟁력도 있다. 포스코가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에 승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뇌하(趙雷夏) 광양제철소 부소장(상무)은 “2007년까지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서 연간 500만 t 규모의 자동차용 강판과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중국 등 신규 철강 업체의 추격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고부가가치 제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광양=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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