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정보가 새고 있다

  • 입력 2005년 8월 26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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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이 신규 전화가입자 유치를 위해 개인의 신용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해 말썽이다.

L카드사에 근무하는 정재훈(39)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3일간의 연휴가 끝나고 지난 16일 출근한 그는 무심코 자신의 신용정보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지난 5일 하나로텔레콤이 신용정보를 조회한 기록이 남아있었던 것.

정 씨는 “카드사에 근무하기 때문에 내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었고 그러다가 하나로텔레콤의 조회 사실을 발견했다”며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으나 다시 확인해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신용정보 조회기록은 보통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심사하거나 악성채무, 신용불량 등이 있을 때 조회하고 기록을 남기는데, 조회 기록이 많을 경우 신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류돼 심각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하나로텔레콤을 쓰지도 않고 전혀 관계가 없는데 왜 조회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서는 ‘본인의 동의나 법원의 영장에 의하지 않으면 개인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씨는 곧바로 하나로텔레콤에 항의전화를 했고 수십 차례의 시도 끝에 담당자와 연결됐다.

하지만 그는 담당자로부터 “맘대로 해봐라. 뭐 그만한 일로 유난을 떠느냐”는 핀잔만 들었다고 했다.

화가 난 정 씨는 정보통신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곧바로 하나로텔레콤에서 전화연락이 왔다.

본사 고객만족팀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자세한 설명 없이 “우리의 실수니까 더 이상 문제를 확대시키지 말고 적당히 보상을 받고 끝내라. 10만원을 줄테니 입 다물고 그만하자”고 제안했다.

정 씨는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고, 조회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돈 10만원 쥐어주고 무마하려한다”고 항의하며 언쟁 끝에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두 시간 뒤 같은 부서 과장이란 사람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대뜸 “그럼 20만원 주면 만족하겠느냐”며 문제 삼지 말 것을 재차 종용해 다시 한번 심하게 다퉜다.

정 씨는 “잘못은 시인하지 않고 무조건 돈으로 해결하려는 그들의 뻔뻔한 태도가 무섭고 어이가 없었다”며 “전혀 상관도 없는 제3자가 개인의 신용정보를 맘대로 속속 들여다본다면 이게 무슨 신용사회고 정보사회냐”고 반문했다.

그는 “피해자가 나 혼자뿐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느냐”면서 “더 이상 제3, 4의 피해자가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홍보실 한동호 대리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생긴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만원을 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데, 실무 차원에서 일이 크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한 것 같다. 잘못됐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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