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스크린을 삼키다…移通社들 충무로 잇단 진출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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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인 KTF가 영화산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한국 영화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KTF는 국내 최대 영화제작사 ㈜싸이더스픽쳐스(대표 차승재·車勝宰)를 인수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F 고위관계자는 20일 “싸이더스픽쳐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KTF와 모기업 KT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더스픽쳐스 관계자는 “실사는 하고 있으나 결정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TF는 ‘살인의 추억’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제작한 싸이더스픽쳐스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약 400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의 영화산업 진출 이유=KTF 등 이통사들이 영화산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차세대 모바일 등 새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단말기용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위성 DMB 등 차세대 휴대전화 단말기에 양질의 미디어콘텐츠를 얼마나 제공하느냐가 이통사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KTF는 싸이더스픽쳐스 인수에 앞서 국내 2위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가 만든 300억 원 규모의 영화펀드에도 80억 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도 영화산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월 정우성 전지현 등 유명 배우들이 소속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IHQ의 지분 21.7%를 144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영화 투자를 중심으로 한 700억 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영화 유통구조의 격변=영화계 안팎에서는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가진 이통사들이 충무로에 본격 진출할 경우 영화 생산(제작), 유통(배급), 소비(상영) 구조에 일대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통사가 영화제작에 참여하게 되면 ‘극장 상영→비디오·DVD→케이블TV→공중파 방송’의 순서로 진행되던 영화 유통구조와 시장판도에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통사는 DMB를 중시하기 때문에 극장 개봉 뒤 바로 DMB로 방송하거나, 극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DMB에서 상영되는 등 새로운 영화 유통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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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지각변동… 기존 제작사 살아남기 안간힘▼

▽우려하는 충무로=KTF의 싸이더스픽쳐스 인수설이 나돌자 영화 제작사 대표들의 모임인 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金亨駿 한맥영화사 대표)는 15일 오후 긴급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 회장은 “이통사가 충무로를 장악해 DMB, 모바일 등에 영화를 먼저 공급하는 유통방식을 도입할 경우 비디오·DVD 등 부가판권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DMB를 위해 공장에서 찍어내듯 영화를 양산하면 영화예술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참석했던 차승재 싸이더스픽쳐스 대표는 “DMB가 오히려 부가판권 시장을 키워 현재 극장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영화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4강 체제’로 헤쳐 모여?=영화계에서는 KTF의 싸이더스픽쳐스 인수가 실현되면 투자배급업계 1, 2위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가 제작에 참여할 명분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한다. 양 사는 그동안 “거대자본이 제작까지 손대선 안 된다”는 충무로의 반발을 의식해 국내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KTF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영화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4, 5년 안에 국내 영화산업 구도는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KTF, SK텔레콤이라는 ‘4강 할거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영화계 안팎의 전망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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