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은행업 진출 허용 검토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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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당국이 보험회사도 은행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삼성생명이나 대한생명도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로 이어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순 확정할 ‘보험업 중장기 발전 방안’에 보험회사의 은행업 겸영 허용 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방안은 금감원을 중심으로 보험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보험업 발전 작업반’이 마련 중인 것으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이는 금융권역 간 고유 영역이 파괴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요구해왔다.

또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연기금 수탁사업과 신탁업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은행 중심 금융그룹과 보험회사 중심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이미 보험업을 하고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역량을 갖춘 보험회사가 은행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사인 보험회사가 은행업을 하게 되면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이번 방안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생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해 특정 기업을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은행업에 진출하면 산업자본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이 카드업에 진출해 부실을 낳았던 것처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박창종(朴昌鐘) 보험감독국장은 “지금은 검토 단계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재정경제부 및 금융감독위원회와 실무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어슈어뱅크:

보험(assurance)과 은행(bank)의 합성어로 은행을 자회사로 두거나 은행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를 말한다. 금융권별 업무 장벽이 허물어지면 보험회사가 주도하는 종합금융그룹이 등장하게 된다. 은행이 보험회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보험 상품을 창구에서 판매하는 방카쉬랑스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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