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영수증 시행 5개월]“담배 아예 2갑 주세요”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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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짜리 담배를 두 갑씩 사는 손님, 과자나 사탕을 추가로 사는 고객이 많아졌어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피스빌딩 밀집 지역에 있는 GS25 동원점의 영업담당 정용수(鄭用修·29) 씨의 설명이다. 현금영수증 발급 최저액인 5000원을 채워 연말에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일로 도입 5개월을 맞은 현금영수증제도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바꿔 놓고 있다.》

○ 유통, 식음료 업체 실적 양극화

고객 10명 중 4, 5명이 현금영수증을 받아가는 스타벅스 서울 명동점은 현금영수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임정완(任庭完·32) 명동점장은 “4000원대인 중간 용량보다 5000원대인 대용량 커피를 찾는 고객이 많아져 1∼5월 중 5000원 이상 구매고객 수가 지난해보다 7%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할인점들도 현금영수증이 고객을 늘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마트 측은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카드 사용이 쉬운 할인점에 고객이 몰렸던 것처럼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할인점에는 고객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드업체와 자주 수수료 분쟁을 빚는 할인점으로서는 현금영수증제가 1.5%의 카드 수수료를 절약해 주는 고마운 제도다.

반면 영수증 발급을 꺼리는 소규모 점포는 고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한모(52) 씨는 “매출이 모두 드러날까 봐 현금영수증 가맹점에 가입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변 편의점 등으로 손님이 옮겨가 매상이 줄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 일부에선 이중가격도

“영수증을 받으려면 208만 원은 내셔야 하는데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컴퓨터 매장. 당초 노트북컴퓨터인 ‘삼성전자 센스 Q30’의 가격을 189만 원이라고 소개했던 매장 직원은 본보 기자가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하자 갑자기 제품 가격의 10% 정도인 19만 원의 웃돈을 요구했다. 매출이 노출돼 늘어나는 세금을 고객이 부담하라는 뜻이다.

○ 세율 인하로 자율적 참여 유도해야

조세 전문가들은 현금영수증제도가 정착하려면 강압적 방식보다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주대 현진권(玄鎭權·경제학) 교수는 “현금영수증제는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원(稅源)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탈세를 전제로 지나치게 높게 정해져 있는 사업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율을 낮춰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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