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서 기업銀 ‘최고 명장’ 변신 정재섭씨

  • 입력 2005년 6월 1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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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농구팀에서 주전 가드로 활약했던 정재섭 씨가 은행원으로 변신해 기업은행에서 ‘최고 명장’의 지위에 올랐다. 왼쪽은 고려대 농구선수 시절. 사진 제공 기업은행
고려대 농구팀에서 주전 가드로 활약했던 정재섭 씨가 은행원으로 변신해 기업은행에서 ‘최고 명장’의 지위에 올랐다. 왼쪽은 고려대 농구선수 시절. 사진 제공 기업은행
“농구에만 인터셉트(가로채기)가 있는 게 아닙니다.”

기업은행 서울 풍납동영업점의 정재섭(鄭在燮·42) 지행장(시중은행의 지점장)은 은행권에서 ‘가로채기의 달인(達人)’으로 유명하다. 다른 은행의 우량고객을 빼내오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풍납동영업점의 실적도 기업은행 내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그가 부임했던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여·수신 실적만 850억 원 순증했다. 상당수 고객은 다른 은행과 거래하고 있었지만 그를 믿고 주거래은행을 바꾼 사람들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정 지행장에게 ‘최고 명장(名匠)’의 타이틀을 부여했다. 은행에서 개최한 기업 마케팅 경진대회에서 성공 사례로 인정한 결과다.

“뱅커(은행원)에게는 자유투가 없어요. 끊임없이 볼(고객)을 빼앗는 경쟁의 연속이죠.”

그는 왕년에 스포츠 스타였다. 1981년부터 4년간 고려대 농구팀에서 주전 가드로 활약했다. 40대 이상 남성 중에는 아직도 ‘환상적인 드리블과 가로채기의 명수’라고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충희 전 고려대 감독의 대학 4년 후배다.

1985년 기업은행 농구단에 입단했던 그가 은행원으로 변신한 것은 1991년. 신체 조건이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키(173cm)가 작아서 한(恨)이 많았다”고 했다.

“뱅커의 삶은 더 치열했습니다. 주말 중 하루는 고객과 등산을 하며 신뢰를 쌓았죠. 이혼을 결심한 고객에게는 가정 상담을, 자녀의 진로를 고민하는 고객에게는 진학 상담도 했죠.”

2000년에는 단 한 명의 부자 고객을 ‘가로채기’해 800억 원의 개인예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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