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박’잡으러 신도시 간다

  • 입력 2005년 5월 4일 0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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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투자금융팀과 부동산금융팀에서 아주 큰 딜(deal)을 성사시켰습니다.” 강정원(姜正元) 국민은행장은 2일 월례조회에서 전 직원에게 이런 내용을 소개하면서 ‘국민은행의 잠재력을 개발한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강 행장이 말한 ‘아주 큰 딜’은 국민은행이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진행 중인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주간사은행에 포함된 것. 》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우리은행과 네덜란드계 ABN암로은행 등 종전의 주간사은행과 공동으로 약 1조5000억 원의 사업비 조달을 주선하게 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신도시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는 물론 금융 자문에 응하고 직접 투자까지 하는 추세다.

○ ‘신도시 파이낸싱’이 뜬다

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은행의 역할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부동산 개발 등 대규모 사업에 장기간 자금을 빌려주거나 자본 조달을 주선하는 금융기법이다.

은행들이 그동안 집중했던 분야는 주상복합,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등 비교적 소규모 사업이었으나 요즘에는 도시 개발과 같은 큰 현장으로 관심사가 옮겨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송도신도시 외에 경기 시흥시와 업무 제휴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개발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구체화되면 금융 자문을 맡을 수 있기 때문.

산업은행도 지난해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과 업무협약을 한 데 이어 개발계획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 왜 신도시에 몰릴까

수수료 수익이 가장 매력적이다.

우리은행 직원 2명은 송도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0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일선 영업점의 연간 수수료 수익 목표가 5억 원이 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결과다.

산업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담직원 40여 명도 지난해 510억 원의 수수료를 벌었다. 하루 8시간 근무한 것으로 가정하면 직원 한 사람이 시간당 60만 원을 벌어 베테랑급 변호사의 수익과 견줄 만하다.

국민은행은 송도신도시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1800억 원의 주택 중도금 대출과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예금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기업도시를 잡아라”

정부의 기업도시 개발이 구체화되면서 은행과 지방자치단체의 ‘짝짓기’도 활발하다. 국민은행은 강원 원주시가 유력한 후보라는 판단에 따라 최근 원주시와 금융자문 및 재원 조달 관련 업무협약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J-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전라남도와 지역개발사업에 관한 금융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J-프로젝트는 해남 및 영암군 일대 3032만 평을 서남해안권의 관광레저도시로 개발하는 사업.

금융연구원 김동환(金東煥) 연구위원은 “지역개발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특정 담보 없이 미래의 현금 흐름을 분석해 대출한다는 점에서 발전된 금융기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묶일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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