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앞장 현대오일뱅크 서영태 사장

  • 입력 2005년 5월 1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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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현대오일뱅크의 일부 주유소에 가면 조금 서툴고 어색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차를 닦는 세차 도우미를 볼 수 있다.

이들은 정신지체장애인. ‘아르바이트생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모두 현대오일뱅크에 소속된 정규 직원이다.

2002년 11월 사장으로 취임한 서영태(徐泳泰·54·사진)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장애인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은 전국 7개 주유소에 36명이다.

“경영 철학 중 하나인 ‘사회 기여’를 실천할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주유원은 쉽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평균 근무일이 30일밖에 안됩니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성실하게 오래 근무해 고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먼저 주유소장들이 안전사고와 실적 부진 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서 사장은 “일단 시켜보고 판단하라”며 ‘설득 반, 밀어붙이기 반’으로 추진했다.

서 사장의 예상대로 장애인 세차도우미에 대한 고객 반응은 좋았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가 다시 세차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답했다.

장애인 직원의 서비스는 고객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인기댄스그룹 클론의 멤버였던 가수 강원래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강 씨는 우연히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정신지체장애인 세차원의 정성 어린 서비스를 받고 느낀 감동을 편지로 써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보냈다.

강 씨는 “장애인 직원이 서툰 솜씨지만 차량의 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 닦고 다음 차가 나오면 곧바로 달려갔다”며 “주유소를 떠날 때는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며 정성껏 배웅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서 사장은 앞으로 장애인 고용 인원을 더 늘리고 업무 영역도 확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주유소장을 비롯해 장애인 직원으로만 구성된 주유소를 20여 개 만든다는 계획.

“장애인 주유소에서는 5∼10% 주유비를 더 받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익금은 장애인을 위해 쓰고요. 일반인들도 생활 속에서 쉽고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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