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이익 낸 ‘마라톤 경영인’ 신헌철 SK㈜ 사장

  • 입력 2005년 4월 3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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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철 SK㈜ 사장은 “인생과 마라톤, 기업경영은 한발짝 한발짝 내디뎌야 성공할 수 있다”라며 ‘정도 경영’을 강조한다. 신 사장이 이끄는 SK㈜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다. 변영욱 기자
신헌철 SK㈜ 사장은 “인생과 마라톤, 기업경영은 한발짝 한발짝 내디뎌야 성공할 수 있다”라며 ‘정도 경영’을 강조한다. 신 사장이 이끄는 SK㈜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다. 변영욱 기자
《신헌철 SK㈜ 사장은 “인생과 마라톤, 기업경영은 한발짝 한발짝 내디뎌야 성공할 수 있다”라며 ‘정도 경영’을 강조한다. 신 사장이 이끄는 SK㈜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입니다. 모두 이젠 한 가닥 희망조차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밤이 깜깜할수록 새벽은 서서히 옆에 다가와 있습니다.”

신헌철(申憲澈·60) SK㈜ 사장은 살아오면서 절망을 많이 느낀 사람이다.

인생의 첫 번째 고비는 1964년 서울대 상대 입학시험에 떨어졌을 때 찾아왔다.

부산상고를 나온 그는 “주산, 부기는 ‘도사’였지만 국어시험에 나온 이효석(李孝石) 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지문은 대학입시 시험장에서 처음 봤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신 사장은 술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마치 무성변사처럼 ‘메밀꽃 필 무렵’을 판소리 8마당으로 나눠 줄줄 외워 댄다. 한이 맺혀 있기 때문이다. 1965년 한번 더 서울대 상대에 도전했지만 또 낙방했다. 서울행(行)을 접고 다음 해 발길을 돌린 곳이 부산대 경영학과였다.

대학에 들어와선 시간이 아까워 미팅 한번 안 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바로 해병대에 자원했다. 복무기간을 1년이나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그의 표현을 빌리면 ‘날벼락’을 맞았다. “김신조가 청와대로 쳐들어오려다 잡히고, 울진 무장공비 사건, 실미도 사태가 잇따라 터졌습니다. 25개월 하려고 해병대 갔는데 결국 33개월 복무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인 72년 당시 유공(SK㈜의 전신)에 들어갔다. 보통은 한 해 10명 정도 뽑았지만 신 사장이 입사할 때는 경기 호황으로 32명을 뽑았다.

그는 마라톤을 좋아한다. 1999년 퇴행성관절염을 앓던 중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다.

“남산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는 데 안마를 주업으로 하는 맹인들이 ‘생존을 위해’ 무리지어 뛰는 것을 보고 눈을 잃지 않은 게 얼마나 고마웠던지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그는 임원이 되기 직전인 1991년에 실명(失明) 위기에 몰렸다가 4개월의 투병 끝에 이겨 냈다.

재계에선 그를 ‘마라톤 경영자’로 부른다. 2001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동아마라톤 등 굵직굵직한 대회만 8번을 뛰었다. 올해 동아마라톤에서는 4시간 3분 42초로 완주해 자신의 최고기록도 경신했다.

얼마 전 그는 서울대 공대 화공학과 3, 4학년 학부생 특강에 초대돼 ‘기업 경영과 마라톤’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인생과 마라톤, 기업경영은 똑같습니다. 42.195km를 달리려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한 걸음 딛지 않고 다음 걸음을 디딜 수 없습니다. 포장만 잘한 사람이 성공할 수 없듯이, 기업경영도 한발짝 한발짝 내디뎌야 하는 게 경영원칙입니다.”

최근 신 사장은 좋은 일이 많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인 1조6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또 지난달 11일 SK㈜ 주주총회에서는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재선임과 관련한 소버린자산운용과의 표 대결에서 ‘압승’했다. 그는 “SK의 이사회 중심 투명경영을 이젠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부산상고 51회 출신인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고교 2년 선배다. 또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한 해 선배이기도 하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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