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경준]세 자릿수 환율시대 대비해야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30분


최근 금융시장의 관심거리는 단연 두 가지의 ‘1000’이다. 하나는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 다른 하나는 원-달러 환율 1000원 붕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28일 1,000을 넘어섰다. 이번에는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3년 말 달러당 1192.6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035.1원, 지난달 28일 1006.0원으로 떨어졌다. 달러당 900원대 진입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대세다.

환율이 떨어지자 수출기업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기업들의 고통은 더 심하다. 대기업들이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납품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1∼2%대에서 올해 1월 2∼3%대로 높아졌다.

우리은행 송기진(宋錡榛) 부행장은 “가계와 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모두 높아졌지만 특히 중소기업이 높은 편”이라며 “(중소기업에는) 올해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고통을 받다보니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정부의 시장개입은 어려울 뿐 아니라 효과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나라의 경제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의 근본 원인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450억 달러에 이른다. 외환보유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환율 하락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칫 통상마찰까지 부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을 ‘환율조작 위험국가’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제 낮은 통화가치에 의존해 장사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기업들도 각고의 노력으로 체질을 바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세 자릿수 환율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1977년 달러당 277엔대에서 현재 104∼105엔대까지 떨어졌어도 건재한 일본 경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정경준 경제부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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