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공시가격 첫 발표]稅부담 어떻게 되나

  • 입력 2005년 1월 14일 18시 16분


코멘트
전국의 단독주택 450만 가구 가운데 표준 단독주택 13만5000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이 처음으로 발표됐다.

그동안 단독주택은 건물 따로, 토지 따로 세금을 부과해 왔고 그나마 건물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기준도 없었다. 시세를 기준으로 한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도입되면 조세형평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가(高價) 주택이나 새로 지은 건물을 중심으로 취득세나 등록세 등 거래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어서 ‘조세저항’과 부동산시장 위축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또 단독주택 가격은 아파트처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가 쉽지 않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 얼마나 오르나=건설교통부에 따르면 등록세와 취득세는 올해 5월 이후 주택에 따라 35% 이상 치솟거나 20% 이상 급감하는 등 주택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권도엽(權度燁) 건교부 주택국장은 “건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래세는 평균 5∼10%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교부 분석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92평(건물 연면적 기준)짜리 단독주택은 거래세 과세표준(課稅標準·세금을 산정하는 기준금액)이 올해 5월 이후에는 13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의 9억2303만2200원보다 4억1696만7800원 오른다. 대신 거래세 세율이 5.8%에서 4.0%로 내리면서 전체적으로 거래세는 지난해보다 6만4132원 오른 5360만 원이 된다.

반면 경북 구미시 형곡동의 공시가격 9600만 원짜리 58평 단독주택의 취득 등록세는 지난해 477만 5527원에서 올해 5월 이후에는 384만 원으로 19.6% 내리는 것으로 계산됐다.

재산세는 내리는 곳이 많지만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최고 50%까지 오르는 곳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성북동 92평짜리 단독주택은 보유세가 지난해 239만7409원에서 올해는 359만6114원으로 50% 오른다.

반면 전남 강진군 작천면의 단독주택(공시가격 276만 원)도 재산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31%가량 줄어든다.

재산세가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말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제를 개정하면서 건물분 재산세(세율 0.3∼7.0%)와 종합토지세(0.2∼5.0%)를 재산세로 통합하고, 세율을 0.15∼0.5%로 대폭 낮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정현(朴貞賢) 세무사는 “과세표준액이 지난해보다 2억 원 이상 오른 곳은 세율 하향 조정에 따른 효과보다는 과세표준액 증가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시가격은 양도소득세와는 무관하다. 단독주택을 양도할 때에는 국세청이 별도로 책정한 기준시가 또는 실거래가에 따라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서울지역의 경우 그동안 세금 부담이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에 비해 낮았던 단독, 다가구주택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건교부가 최근 발표한 ‘2004년 주택시장 동향’에서도 지난해 한 해 동안 단독주택 가격은 3.6% 하락해 아파트(―0.6%)보다 6배나 하락폭이 컸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단독주택은 인기가 없고 거래가 잘 안돼 시세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면서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자기 집의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제기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표준 단독주택 가격 어떻게 산정됐나=건교부는 지자체별, 건물유형별, 용도지역별로 대표성이 있는 주택을 표준주택으로 선정했다. 주변 환경, 건물 구조, 실제 용도, 경과 연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평가 작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돼 감정평가사만 1168명이 동원됐다. 표준주택의 가격은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건교부는 1200개의 비교평가표를 만들어 표준주택 가격에 적용해 전체 450만 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개별 가격을 올해 4월 30일까지 산정, 발표할 계획이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서울 구별 평균가격▼

서울 강남구의 단독주택 한 채 값은 공시가격으로만 평균 8억6259만 원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강북구의 단독주택 평균가격은 1억7298만 원으로 강남구 단독주택의 평균가격에 비해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가 14일 공시한 ‘단독 표준주택 가격표’에 따르면 서울시 표본 단독주택 9506가구의 평균 가격은 2억53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강남구는 8억6259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공시가격이 실제 가격의 80% 정도를 반영했기 때문에 실제 강남구 단독주택 한 채 값은 평균 10억 원을 넘어선다.

이어 서초구 단독주택 가격이 평균 6억1287만 원으로 두 번째였다.

송파구는 3억8269만 원이었으며 용산구(3억3673만 원), 강동구(3억1479만 원)도 3억 원을 넘었다.

서울에서 가장 싼 강북구의 단독주택 평균가격은 1억7298만 원이었다. 영등포구(1억7917만 원), 도봉구(1억8172만 원), 동대문구(1억8832만 원)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편 전국 표본 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싼 단독주택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의 한 농가주택으로 땅값과 건물값을 합쳐 한 채 51만1000원이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