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영업 회생 발벗고 나섰다… 워크아웃制 도입

  • 입력 2005년 1월 9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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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연기군 조치원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J 씨는 최근 모텔 가격의 하락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다. 2002년 초 모텔을 담보로 받은 10억 원대의 은행대출 만기가 돌아온 것. 그런데 모텔 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4억 원 이상 줄면서 J 씨는 당장 4억 원을 갚아야만 나머지 6억 원의 만기연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국 J 씨는 거래하던 하나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은행은 J 씨의 상환금액을 2억 원으로 낮춰주고 이자를 현재 월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감면했다.

J 씨는 4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고 이자도 연체하다가 모텔을 경매로 넘길 뻔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은행들이 불경기로 경영난에 몰린 소규모 자영업자(소호·SOHO)와 가계를 위해 워크아웃을 도입하는 등 회생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일부터 가계와 소규모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프리(pre)워크아웃’을 시행한다.

우리은행 이순우(李舜雨) 부행장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담보가치가 크게 하락한 주택담보대출, 숙박업 음식업 등 소호대출이 주대상”이라며 “청산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15일 소호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경영난으로 연체 중인 소호를 대상으로 영업 지속성, 정상이자 상환 능력, 과거 연체 이력 등을 판단해 연체이자 감면, 추가 대출 등의 지원을 한다. 현재까지 15건의 소호 워크아웃이 이뤄졌다.

국민은행도 이달 중 소호 회생 지원을 위한 팀을 구성해 소호 여신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채무 재조정 등의 지원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2.90%로 2003년 12월 말에 비해 0.62%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9월 말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각각 3.37%와 2.71%로 2003년 말 3.23%와 2.34%보다 높아졌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프리 워크아웃과 워크아웃: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만기 연장, 이자 감면 등 채무 재조정과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제도. 워크아웃은 연체 등 부실이 이미 발생한 경우에 이뤄지지만 프리워크아웃은 부실의 징후를 미리 포착해 ‘잠재 부실’에 대해서도 채무 재조정을 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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