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올 히트상품]불황 영향 미니스커트 바람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8시 32분


《미니스커트, 꽃무늬 셔츠, 남성 화장품, 와이드 넥타이, 아웃도어 의류, 칠레산 와인…. 유달리 심한 불황을 겪은 올 한 해도 ‘뜬’ 상품은 있었다. 백화점들이 꼽은 한 해의 히트 상품을 살펴보면 소비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주5일 근무제’ ‘꽃미남’ ‘프리미엄 vs 초저가’가 지갑을 여는 ‘키워드’였다.》

▽우울한 사회, 명랑한 상품들=전통적으로 ‘불황기 상품’으로 꼽히는 미니스커트가 역시 강세였다. 롯데백화점 여성 캐주얼 브랜드의 미니스커트 판매량은 작년보다 10∼20% 늘었다. 남성 코트와 여성 모피도 ‘경쾌한 길이’가 유행이다. 유행에 둔감한 남성 코트지만 올해는 롱코트와 하프코트의 중간인 7분코트 물량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백창준 바이어는 “경기가 나쁠수록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스타일을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년층 여성의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던 모피가 정형화된 디자인을 벗어나 길이가 짧아졌다. 인기 브랜드 ‘엘페’의 재킷형 모피는 엉덩이조차 덮지 않는다. 신세계백화점 오영택 바이어는 “30대 젊은 여성들이 활동성이 좋고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재킷류를 많이 찾고 있다”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허리선이 가슴라인에 닿는 ‘볼레로 재킷’도 인기를 끌었다.

▽주5일 근무제 상품들=아웃도어 의류는 단연 유통업계 ‘효자 상품’이었다. 등산복과 관련 용품 판매액이 작년보다 30%씩 늘었다. 최근에는 고어텍스 쿨맥스 등 기능성 소재와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디자인이 결합되면서 평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캐포츠’(캐주얼+스포츠) ‘아웃트로’(아웃도어+메트로) 제품군이 앞 다퉈 나오기도 했다. 정장도 캐주얼도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 재킷’도 인기 아이템.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는 남성 브랜드마다 관련 상품을 두세 차례 주문해야 할 정도였다. 디지털TV 전송방식 확정, 주5일 근무제 등과 맞물려 프리미엄TV도 매출이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액정표시장치(LCD) TV 등의 매출이 전년보다 45% 올랐다.


▽‘꽃미남’을 위하여=남성들이 스스로를 가꾸기 위해 돈을 쓰기 시작한 한 해였다. 여름에 유행한 꽃무늬 셔츠는 거의 모든 남성 캐주얼 브랜드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탤런트 백윤식씨가 팩을 하는 광고로 뜨면서 20, 30대뿐만 아니라 중년 남성들까지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킨과 로션이 주요 아이템이던 남성용 화장품 시장이 에센스 팩 천연재료 등으로 여성용 못지않게 세분화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김홍조 바이어는 “외모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남성들에게 확산되면서 남성 화장품 매출이 작년에 비해 15% 정도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칼라 폭이 넓은 ‘와이드 셔츠’, 유럽풍의 ‘와이드 넥타이’ 등도 인기였다.

▽초저가 vs 프리미엄=한 장에 30만, 40만원대인 프리미엄 진이 히트하면서 백화점마다 ‘디젤’ 같은 청바지 직수입 브랜드 매장을 늘렸다. 반면 ‘미샤’ ‘더페이스샵’처럼 평균 3000원대의 저가 화장품, 프랑스산과 질은 비슷하나 값이 싼 칠레산 와인이 대중화되기도 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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