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마저…” 외환시장 패닉분위기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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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외환시장이 공황 분위기에 휩싸였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사자’와 ‘팔자’ 세력이 개장 이후 원-달러 환율 1050원을 중심으로 5시간 동안 팽팽한 매매공방을 펼쳤다. 오후 1시경 1050원이 무너진 후 2시간 만에 1043원까지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환율이 급락한 것은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와 환율 옵션 관련 손절매(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손해 보는 가격에서 파는 것)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런민(人民)은행 관계자는 이날 “달러화 약세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외환보유액에 포함된 자산 가운데 미국 국채 보유물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자금운용실 김성순(金星淳) 과장은 “미 국채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이 태도를 바꿔 미 국채를 본격적으로 팔면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판단한 시장 참여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1050원 선이 뚫렸다”고 전했다.

1050원이 무너지자 이 수치를 목표가격으로 환율 옵션을 체결했던 수출업체들이 손절매 물량을 대거 내놓으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 1050원이 예상보다 빨리 붕괴되자 외환전문가들은 자신 있게 환율 전망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덕청(李德淸) 경제채권팀장은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10∼15%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달러 대비 유로나 엔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은 현재보다 4%가량 낮은 수준인 10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개입 의지를 강력히 밝힌 외환당국도 역부족을 실감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외환시장을 주시하고 때에 따라 적절하게 개입도 하지만 최근 환율 급락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현물 금값은 전날보다 3.55달러 오른 온스(31.1g)당 452.7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8년 6월 21일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1050원선 붕괴…1달러=1046원 ▼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7년 만에 1050원 아래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떨어진 1046.4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1997년 11월 19일(1035.5원)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15일 1100원이 무너진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열흘 만에 58원이나 떨어졌다.

하락세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오후 들어 1050원선이 무너졌으며 한때 1043.3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날보다 14.37포인트(―1.65%) 떨어진 858.12로 장을 마쳤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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