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찍어 달러 산다”]“엔貨 움직임에 달렸다”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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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발권력 동원’ 주문과 ‘그린스펀 쇼크’의 여진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개장 초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주말 ‘달러화 약세’ 용인을 시사한 발언의 영향으로 전일 종가보다 6.70원 떨어진 1062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오전 9시2분경 1997년 11월 24일 이후 최저 수준인 1060원까지 하락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이날 전격 회동한 박승 한국은행 총재에게 ‘발권력 동원’을 요청한 데 이어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감지되면서 오후 1시경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외환당국이 이날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인 영향으로 환율은 한때 1068.80원까지 올랐다가 1065.3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구길모(具吉謨) 과장은 “정부가 수출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인식에서 1060원선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발권력 동원 소식으로 환율 급락 우려가 줄면서 달러 투매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국 정부의 ‘나 홀로 개입’은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흥은행 자금시장부 변명관(邊명寬) 과장은 “원-달러 환율은 한국 정부가 개입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일본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일본이 103∼104엔대를 지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반등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정부가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수출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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