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김인 사장 ‘편지경영’ 화제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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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 삼성SDS 사장이 전 사원에게 써내려간 ‘월요편지’는 벌써 93통이나 된다. 그는 월요편지를 통해 경영 방침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여성 사원의 복지 향상을 약속하는 등 사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권주훈기자
김인 삼성SDS 사장이 전 사원에게 써내려간 ‘월요편지’는 벌써 93통이나 된다. 그는 월요편지를 통해 경영 방침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여성 사원의 복지 향상을 약속하는 등 사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권주훈기자
《삼성SDS의 김인(金仁·55) 사장의 ‘편지 경영’이 재계에서 화제다. 그는 지난해 1월 취임 이후부터 매주 ‘월요편지’를 모든 사원에게 e메일로 보냈다. 2년 가까이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이렇게 써 보낸 편지가 벌써 93통이나 된다. 김 사장이 전 사원에게 보내는 월요편지의 내용은 회사의 경영 방침부터 최근 읽은 책, 또는 그가 접한 사내외 소식까지 다양하다. 직원들은 김 사장의 진솔한 이야기에 답장을 보내고 이 답장은 또 다음 주 월요편지를 통해 소개된다. 김 사장이 매주 보내는 편지가 전 직원의 의사소통 통로가 되는 셈이다.》

▽단 한 명의 직원이 회사의 전부=작년 9월 김 사장은 전 사원에게 자신 앞으로 온 감사편지 한 통과 함께 이 회사 우제혁 과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우 과장은 삼성SDS의 지역전문가 과정으로 중국에서 연수 도중 티베트 여행을 떠났다.

우 과장은 티베트에서 고산병에 걸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상하이(上海)의 중국어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중국인 교사는 베이징의 삼성SDS 법인에 이 사실을 알렸다. 보고를 접한 김사장은 중국 법인에 “돈을 아끼지 말고 우 과장을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베이징 법인에서는 의료용 구급 비행기를 전세 내 티베트로 향했고 서울 본사의 김 사장과 모든 임원들은 연락을 받은 일요일 새벽 7시부터 바로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이 과정이 월요편지를 통해 소개되자 직원들로부터 답장이 쏟아졌다. “단 한 명의 직원에게 모든 정성을 쏟는 회사는 내게도 같은 정성을 쏟을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사원들과 상의하는 경영=김 사장은 편지를 경영혁신의 중요한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거품이 빠지면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그는 올해 5월 ‘혁신 350일 운동’을 제안하는 월요편지를 썼다. 창사 20주년이 되는 2005년 4월 15일까지 350일 동안 업무 관행을 바꿔 수익률을 높이고 내실을 키우자는 편지였다.

김 사장은 “‘처음 온 사장이 의욕에 넘쳐 업계 관행을 모르고 벌이는 짓’이라는 비아냥거림도 한때 있었다”며 “하지만 사원들에게 직접 협조를 구하면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5월 10일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차라리 수주를 포기하자’, 17일에는 ‘10명 규모의 작은 모임을 만들어 서로 혁신 운동을 독려하자’는 내용의 편지가 사원들에게 전달됐다.

사원들의 답장도 이어져 21일에는 이 답장 내용을 정리해 신규사업 투자와 해외사업 진출, 부서간의 비협조 관행 타파 등의 건의를 다른 사원에게 전달하는 월요편지가 배달됐다.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겨났다. 김 사장은 지난달 ‘혁신 350일 운동으로 이렇게 바뀌었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도 쓸 수 있었다. 저가(低價)수주 관행이 없어졌고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솔루션사업부의 흑자 원년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김 사장은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만 앞세우기보다 인재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그들도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라며 “멀리 떨어진 근엄한 사장보다 사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편한 사장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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