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업명칭 ‘中’자 삭제 바람…천수이볜 “중국은 敵國”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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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중국을 적국으로 규정한 뒤 중국과 관련된 명칭을 가진 기업들이 대만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8일 대만 독립파들이 기업 이름에 ‘중국’ 또는 ‘중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이를 바꾸라고 협박하는 등 ‘중국 적대 바람’이 경제계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1000대 제조업체 및 500대 서비스업체 가운데 ‘중국’이 명칭에 포함된 기업은 23개, ‘중화’가 포함된 명칭을 쓰는 기업은 10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이름을 바꿨으며 새로 생기는 기업들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대만과 관련된 명칭이나 일반적인 상호를 쓰고 있다.

그러나 국영이나 정부투자기업들은 아직도 대부분 중국 관련 명칭을 쓰고 있다. 대륙 출신 인사가 창업한 기업도 명칭을 바꾸지 않고 있다.

대만기업 1위인 국영 중국석유공사, 7위인 정부투자기업 중국강철공사, 최대 조선업체인 중국조선공사, 야당인 국민당이 운영하는 중국전시(電視·TV)공사, 건설업 1위 중화공정(工程)공사, 서비스업 2위 국영 중화전신(電信)공사, 정부투자기업인 중화항공공사 등.

집권 민진당 정부는 이들 기업의 ‘탈중국’ 바람도 추진하고 있다. 중화항공공사가 대표적 사례. 이 회사는 민진당이 집권한 뒤 최고경영자가 민진당 인사로 교체됐으며 항공기 로고도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靑天白日滿地紅)’기에서 ‘매화’로 바뀌었다. 현재 추진 중인 민영화 작업이 완료되면 기업 이름도 바꿀 계획이다.

대만 증권업협회인 ‘중화민국 증권상업동업공회(證券商業同業公會)’는 최근 영문 명칭을 ‘Chinese Security Association’에서 ‘Taiwan Security Association’으로 고쳤다.

앞서 천 총통은 7일 대만 교수협회 창립 행사에 참석해 “적국인 중국을 조국으로 가르치는 현행 교육은 문제가 많다”며 “교육 개혁을 통해 정정당당한 대만인을 키우고 2008년 헌법 개정을 통해 대만에 맞는 헌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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