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외국인 2人의 제언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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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기업의 성장이 동시에 고려돼야 합니다.” “한국의 경제 침체를 대규모 도시 재개발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29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2004총회’에서 밥 호크 전 호주 총리와 고가 노부유키 일본 노무라그룹 회장이 한국 경제의 위기 탈출을 위한 조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다음은 이들의 발언 요지.》

▼밥 호크 前호주총리 “적대적 노사관계에 미래는 없어”▼

1983년 총리에 취임했을 당시 호주의 노사관계는 매우 적대적이었다. 이 때문에 경제는 경직돼 있었고, 국제경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과 고실업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었다.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 3가지 부문에 힘을 쏟았다. 먼저 정부가 각종 법규와 제도 개선을 통해 근로자의 실질 대우를 향상하고 동시에 고용주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둘째 정부가 갖고 있는 상세한 경제정보를 노사 양측에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이해와 협력을 구했다. 셋째 정부와 기업이 임금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 교육 등 사회적 처우를 향상하는 데 힘썼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사가 건설적으로 협력함으로써 호주 경제는 양적, 질적으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노사관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요구도 타당하다’는 사실을 노사 양측이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가 노무라그룹회장 “서울, 동북아 중심도시 성장 저력”▼

한국은 현재 내수 침체로 경제가 어려운 상태다. 일각에서는 일본식 장기 침체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게 아니다.

10년 전 도쿄 도심은 은행 등 사무실로 꽉 차 있었으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도심이 공동화됐다.

도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도심 재개발을 단행했다. 은행이 들어섰던 자리에 레스토랑 상점 영화관 콘서트홀 등 서비스 시설을 대폭 늘렸다. 이를 통해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일례로 최근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진 롯폰기 힐은 올해 상반기 4900만명이 찾아 방문객이 도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시(Disney Sea)의 2배에 달했다. 대규모 도심 재개발이 투자와 민간소비 두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나아가 경제 회복에 기여한 것이다.

서울은 도심에 어느 정도 저개발 지역이 있고, 동시에 발전된 금융시스템 등 탄탄한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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