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기불황에도 ‘돈잔치’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36분


‘그들만의 잔치.’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실태는 이들 기관의 ‘도덕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공기업이 경기 불황을 외면한 채 임금을 마구 올렸다. 퇴직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 전관예우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한나라당은 13일 국감 중간점검회의에서 방만한 공기업 실태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결의했다. 또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마련키로 했다.

▽공기업 예산은 쌈짓돈?=한국산업기술평가원 간부 9명 중 8명이 국가연구비를 지원받은 교수에게서 학위를 취득, 박사학위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연구원의 박사학위 지도교수는 1997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평가원으로부터 5건의 과제를 의뢰받았다. 이와 관련해 지원받은 연구비는 54억6400만원이었다. 평가원 간부들의 학위 지도교수 8명이 그동안 받은 지원액은 모두 49건에 104억8700만원이었다.

정부 투자기관의 임금인상률 현황(단위:%)
투자기관2001년2002년2003년
석유개발공사10.223.812.3
한전14.622.14.7
무역진흥공사14.515.610.0
광업진흥공사16.68.711.2
석탄공사11.98.111.9
수자원공사9.67.15.8
주택공사12.16.25.3
도로공사11.68.28.2
토지공사12.17.415.4
관광공사18.18.53.7
조폐공사13.713.75.6
농업기반공사6.36.35.2
농수산유통공사9.021.19.6
평균12.312.18.4
정부 지침7.97.86.5
자료:한나라당 김학송 의원

평가원측은 “실제 집행은 이뤄졌지만 부당한 거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한나라당 박재완(朴宰完), 민주노동당 조승수(趙承洙) 의원은 “철저한 조사 후 필요하면 국회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공기업의 편법 임금 인상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 의원은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통해 “정부투자기관들은 상반기엔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상된 임금을 지급하다가, 하반기만 되면 노조와의 임금협약을 통해 임금인상률을 대폭 올려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조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13개 공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2001년 12.3%(정부 가이드라인 6.7%) △2002년 12.1%(〃 6.7%) △2003년 8.4%(〃 5.5%)를 기록했다. 특히 2002년 석유공사와 한전의 임금상승률은 각각 23.8%, 22.1%로 정부 가이드라인을 3배 이상 초과했다.

▽“퇴직해도 우리 사람”=올 6월 현재 5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주택공사는 퇴직자 18명을 편법으로 재고용했다. 이들의 연봉도 평균 7600만원으로 퇴직 전 8000만원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주공측은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 직원들에겐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매년 연봉이 10%씩 줄어든다”고 해명했다.

한국도로공사도 전체 203개 외주영업소 중 150개를 최근까지 퇴직한 150명에게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퇴직금과 별도로 명예퇴직금을 1인당 평균 6600만원씩 받았고, 정년 때까지 매년 5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보장받았다. 150개 이외에 나머지 53개 외주영업소 사장도 모두 도공 출신이었다.

또 주공이 발주한 100억원 이상 31개 공구에서 감리를 총괄하고 있는 책임감리원 중 주공 퇴직자 출신이 77.4%인 24명에 이르렀다. 열린우리당 박상돈(朴商敦) 의원은 “주공이 해당기관 출신 책임감리원을 고용하는 감리회사에만 사업참여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솜방망이 자체 징계=대한주택보증㈜은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7차례 감사를 받았으나 감사 주체에 따라 징계인원의 차이가 컸다. 감사원과 건설교통부의 감사에선 징계 인원이 많았으나 자체 감사에선 징계 조치가 거의 없어 “제 식구에 대해선 솜방망이 감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2002년 감사원 감사 때 전체 직원 254명 중 8.6%인 22명이 지적을 받았지만 정작 지난해 자체 감사에선 단 한명에 대한 징계 조치도 없어 문제가 됐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관리 잘못으로 6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자체감사에서 “업무태만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해당 직원에겐 견책이나 경고 등 경미한 징계처분만 내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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