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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6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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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소속이 아니어서 잘 몰랐다. 알아보고 다시 얘기하자.”(열린우리당의 한 386의원)
15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 친노(親盧) 성향인 열린우리당 내 ‘386의원’들과 재계의 ‘맏형’인 전경련 수뇌부가 만났다.
모임에 참석했던 전경련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의견 개진 기회를 달라고 여러 차례 간청해도 묵묵부답이더니 이제는 ‘잘 모른다’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등 겉으로 드러난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대기업 A사 고위 관계자는 “신규 사업 진출 등 실제 투자확대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더 큰 우려는 제도 속에 숨어 있는 현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생각이 총수 중심의 소유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점”이라고 털어놓는다.
실적이 좋은 기업마저 이익을 투자하기보다 회사 안에 쌓아 놓는 이유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모임에서 재계는 의원들에게 이 같은 내심을 솔직히 밝히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잘 몰랐다’고 말한 의원들은 재계의 속내를 이해하지 못한 걸까, 아니면 외면한 걸까.
정부 내에서 대기업 정책을 주도하는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한 재계의 공청회 개최 요구를 ‘정치 쇼’라고 일축했다. 의원들의 정서가 강 위원장과 비슷하다면 ‘무지’보다는 외면에 가까울 것 같다.
투자위축이건 소비침체건 경제현상은 현실을 반영한다. 현 정부의 정책에 경영권 위협을 느끼는 대기업 ‘오너’의 불안감도 현실이며 이들이 바로 ‘투자 결정권자’다.
이날 모임에서 여당 의원들은 “우리는 시장주의자이자 실용주의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다수 국민이 무엇보다 경제 회복을 바라는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따른 해결책이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실용주의자가 할 일이 아닐까.
박중현 경제부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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