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존경하는 리더]신한금융지주 나응찬 회장

  • 입력 2004년 9월 5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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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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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주택건설업체를 운영한지 30년째를 맞았다. 아파트 건설은 땅을 살 때부터 분양, 완공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그 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굳이 주택건설업이 아니더라도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신한금융지주 나응찬 회장을 존경하는 이유다.

처음 나 회장을 만난 것은 내가 신한은행의 직장조합주택을 짓던 1989년이었다. 첫인상은 한 없이 부드럽고 깍듯하고 친절했다.

이후 나 회장이 현재 베트남과 중국에서 연간 8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T사의 P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와도 친분이 있는 P회장은 모험적이고 이따금 튀는 행동도 하는 분이다. 언뜻 나 회장과 P회장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두 분의 친분이 의아했다.

이유는 이랬다. 10년 전 P회장이 국내에서 고임금에 시달리다 베트남에 진출하려고 했다. 필요한 자금은 무려 650억원. 당시 P회장의 회사는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해당 지역의 신한은행 지점장까지 대출 불가(不可)를 주장했지만 당시 신한은행장이던 나 회장이 대출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신한은행 지점을 설치했다.

나 회장은 “사람이 아니라 사업계획서를 보고 대출을 승인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간적 친분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성과 미래를 내다봤던 것이다. 덕분에 신한은행은 급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을 선점했고 T사는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나는 웬만하면 은행에서 돈을 꾸지 않는다. 빚을 싫어하는 천성 탓도 있지만 과거 은행과 기업은 ‘갑’과 ‘을’의 관계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 회장을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지금도 ‘은행업은 금리 차이나 챙기는 돈놀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은행장이나 금융지주회사를 이끄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성실한 기업인을 인정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리를 비웠을 때 걸려온 전화에 대해 반드시 답 전화를 해준다.

나 회장은 금융업의 역할이 관치금융이나 돈놀이가 아니라 기업에 투자하고 경제를 살찌우는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실천한 분이다.

그와 얘기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은행 직원들의 신상에 대해 얘기할 때다. 웬만한 직원에 대해서는 장점, 성격, 근무 이력 등을 줄줄이 꿰고 있다. 이는 능력에 따른 인사를 보장해준다. ‘나 회장에게 인사 관련 민원을 했다간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인재를 파악하고, 앞을 내다보는 능력은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의 전부다. 요즘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훌륭한 리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 회장의 존재가 새삼 커 보인다.

박성래 동익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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