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리기, 말보다 실천 중요”…재계 ‘기대반 우려반’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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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중진들이 23일 “이제는 민생경제 회복에 주력할 때”라며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경제계는 일단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경제단체 및 각 기업 관계자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이 같은 ‘원론적 발언’이 있었던 점을 떠올리며 ‘말보다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당의 ‘경제 올인 선언’이 여야간 최대 쟁점이 되어 있는 과거사 공방과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성하(趙成河) 상무는 “원칙적으로 여당이 경제에 주력하겠다면 기업들로서는 반길 일”이라면서 “규제완화, 노사문제 개선 등 구체적으로 기업들에 와 닿는 변화가 있어야 투자 회복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정태(金正泰) 상무는 “경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구체적 사안을 추진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특히 최근 노사문제와 관련해 여야가 모두 얘기하는 ‘네덜란드식 타협안’ 등은 개별 사업장의 사정이 중시되는 한국의 노사관계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정부와 여당간, 여당 내부의 계파간, 정부 부처간 갈등 등으로 경제정책의 혼선이 빚어져선 안 된다는 주문도 나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상호(李相鎬) 경제정책팀장도 “중소기업들의 ‘기(氣)’를 살려주겠다는 실천적 정책의지가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선언’은 무성했지만 실제로 된 것은 별로 없으며 마지막 각론에 가서는 각 부처의 견해차로 결국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李鉉晳) 상무는 “이번 여당 지도부의 발언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인식의 전환으로 정부와 여당, 당 내부의 의견차이 등이 제대로 조율돼 앞으로 정책의 혼선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여야간 최대 쟁점이 돼 있는 과거사 공방은 기업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50∼60년 전 과거사를 얘기하면서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말이 경제계에 어떻게 비칠지 여당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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