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한은 경제통계 갈등

  • 입력 2004년 7월 11일 16시 44분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국내총생산(GDP) 통계 등을 낼 때 전년 동기(同期) 대비보다 전 분기(分期) 대비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힘에 따라 재경부와 한은 사이에 통계방식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부총리가 전년 동기대비 통계의 필요성을 지적한 이유는 전년 동기대비 통계는 1년 전과 경제상황이 바뀔 경우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착시 현상'을 야기한다는 것. 이로 인해 국민의 경기판단과 정책 수립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GDP 통계를 내는 한국은행은 1999년부터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과 함께 발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양쪽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

한은 관계자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경기의 정점과 저점, 상승과 하강을 보여주는 데는 유리하지만 이를 미국처럼 복리(複利) 개념의 연율(연간 증감률 환산수치)로 계산할 경우 진폭이 과도하게 커져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면서 "시간을 두고 전 분기 대비 쪽으로 비중을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1·4분기(1~3월) -0.3%, 2·4분기(4~6월) -0.1%, 3·4분기(7~9월) 1.6%, 4·4분기(10~12월) 2.7%. 그러나 이를 미국식 연율로 계산할 경우 1·4분기 -1.2%, 2·4분기 -0.4%, 3·4분기 6.6%, 4·4분기 11.2%등으로 변동폭이 커진다.

한은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가 전 분기 대비 성장률과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 통계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양 쪽의 통계방식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면서 "통계방식을 놓고 무의미한 논의를 벌이기보다 숫자에 나타난 의미를 어떻게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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