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재계와 계속 대화-타협”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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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총수와의 연쇄 간담회를 끝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으며 앞으로도 재계와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4대 그룹 총수와의 연쇄 간담회를 끝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으며 앞으로도 재계와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실 나는 ‘재벌’과 극한 대립하는 인사가 아닙니다. 국가경제에 ‘재벌’이 기여하는 바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잘한 부분이 70%라면 나머지 30%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 강조하다보니 그런 인식을 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재계와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책을 펴나갈 것입니다.”

14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을 끝으로 4대 그룹 총수와의 연쇄간담회 일정을 마친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 그는 15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다 끝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강 위원장은 “총수들을 만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소상하게 설명했더니 대체로 이해하고 협조하겠다고 말했지만 반응은 그룹마다 조금씩 달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고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은 지배구조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속도를 조금 조절해 달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을 자세히 설명했더니 찬성한다는 말은 안했지만 특별히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아 이 회장도 수긍했다고 생각했다.”

강 위원장은 이 회장을 만났을 때 자신의 ‘재벌관’이 과거 시민단체에서 일했을 때와 지금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경실련 창립멤버다.

“이 회장에게는 솔직하게 ‘과거 시민단체 일을 할 때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지만 행정부에 몸담고 있는 지금 그런 말은 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다만 정경유착 등의 문제 때문에 구조본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니 순기능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면 투명하게 운영해 달라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구조본은 그룹 내에서 훌륭한 인재들을 뽑아 와서 훈련을 시켜 계열사에 내보내면 사장도 하고 임원도 한다. 다 엘리트들이고 정경유착도 없을 테니 앞으로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답변했다는 것.

강 위원장은 또 “이 회장이 삼성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얘기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4대 그룹 총수와 만난 것을 계기로 경영권 위협 등 재계의 현실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총수들을 만나 얘기해 보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도 있고 합리적인 주장도 많았다. 특히 경영권 방어 문제는 SK와 현대자동차가 관심이 많았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가진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고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지분 관계도 정리하기로 한 것이 모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 정책이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경영권 위협은 순환출자를 통해서 계열사들의 소유지배구조가 엉성하게 얽혀 있을 때 커질수밖에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공정위의 정책은 모두 건강한 소유지배구조를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강 위원장은 “정책의 기본 틀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기업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거래의 공정성을 제고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모두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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