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스위치 생산 영일전자

  • 입력 2004년 5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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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운영하며 생산현장에서 터득한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체계적인 이론도 겸비하고 싶었습니다.”

휴대전화와 오디오, 컴퓨터 등 각종 전자제품에 쓰이는 스위치를 생산하는 인천 부평구 삼산동 ㈜영일전자의 박경하사장(43)은 올해 3월부터 인천기능대 컴퓨터기계설계과에 다니는 늦깎이 신입생이다.

인천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인천의 한 전자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3년 이 회사를 차렸다.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국내 100여개 기업에 스위치를 납품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경험에 의존한 기술만으로는 신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만학도의 길을 걷기로 했다.

같은 과 학생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아 ‘큰 형님’이라고 불리는 그는 강의가 끝나면 토론회를 주도한다.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어떻게 제품 개발에 적용할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다 해법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장마차에서 격의 없이 나누는 소주 한잔도 더없이 좋구요.”

미국과 러시아 등 10여개 국가에 스위치를 수출하는 그는 요즘 매달 한차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97년 중국 옌타이(煙臺)시에 설립한 스위치 조립공장의 운영상태를 점검하고 130여명에 이르는 현지 종업원의 고충을 듣고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

그러나 그가 중국을 찾는 진짜 이유는 거대한 중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스위치 제조업체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효과적인 시장 공략법을 찾고 있다.

그는 바이어를 만나거나 일과를 끝내고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일 때도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첩을 꺼내 즉시 기록해 둔다. 실제로 제품 개발에 응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다.

한 30대 여성이 ‘애완동물용 발톱 깎기’를 특허출원했으나 자금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2억원을 투자해 공동 개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 제품은 미국에 40만달러나 수출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정부가 인정한 중소기업의 기술도 막상 지원을 받으려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담보만 요구하는 금융업계의 관행이 기업의 돈줄을 묶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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