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강남 재건축 시장에 ‘직격탄’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가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는 이미 예고된 데다 세금만 상승시키지만 개발이익환수제는 자칫 재건축 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재건축 단지에 임대아파트 건립 방안이 일부 알려지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행운공인중개사무소 박헌순 실장은 “주택거래신고제가 아니라 개발이익환수제가 재건축 아파트에 직격탄”이라며 “하락한 가격에도 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개발이익환수제는 재건축 단계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송파구 충격 커=개발이익환수 방안으로 하루 새 강남 송파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값이 1000만∼2500만원 하락했다.

가격하락 폭이 큰 곳은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송파구.

잠실시영 13평형 신동(新棟)은 개발이익환수 방안이 알려지기 전 5억2000만원에 거래됐으나 22일 4억9500만원으로 하락했다. 그나마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끊어졌다.

송파구 가락시영 2차 13평형도 며칠 새 1500만원 떨어진 4억5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3월 잠실주공 4단지가 일반분양한 후 급등했던 잠실주공 2단지 13평형도 1500만원 하락한 5억1500만원에도 수요자가 드물다.

개포주공, AID 등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도 일부 관리처분이 끝난 곳을 빼고는 대부분 10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에서 빠졌던 서초구의 재건축 아파트도 비슷하다. 신고지역이 아니더라도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는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계는 제도 시행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초기단계 재건축 주의=건설교통부는 이미 관리처분 또는 사업승인을 받은 곳에 대해서는 재건축 때 임대아파트를 짓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사업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조합설립인가도 받지 못하는 등 재건축 추진 단계가 초기일수록 임대주택 건립 의무화의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사업승인 이후∼관리처분 이전 단계인 단지에 대해서는 개발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초기 단계인 재건축 아파트 매입은 당분간 미루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익빈 부익부 가능성=재건축 진행 단계에 따라 단지별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 현상도 예상되고 있다.

이미 관리처분이나 일반분양을 끝낸 곳은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관리처분을 끝내고 5월 분양을 앞두고 있는 강남구 도곡주공 2차는 개발이익환수제 도입 방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도곡주공 2차 13평형은 며칠 새 1000만원 남짓 하락했으나 매물이 나오면 바로 팔리고 있다. 도곡1차, 영동 1∼3차 등 이미 분양이 끝난 단지는 규제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아직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 고덕지구, 개포지구, 둔촌지구, 가락지구 등은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분양이 끝난 단지의 분양권(조합원분), 상가, 토지 등으로 부동산 자금이 흘러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