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할인점서 담보대출”…유통업체-금융업체 제휴 잇따라

  • 입력 2004년 4월 20일 17시 49분


정모씨(34·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는 최근 할인점 홈플러스에 갔다가 ‘아파트담보대출 파격 금리’라는 푯말을 보고 솔깃해졌다. 상담원은 “대출금리가 연 5.9%로 최저 수준이며 은행의 5%대 대출금리가 3개월마다 변하는 것과 달리 금리가 잘 변하지 않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대출금의 0.1%가 마일리지로 적립되고 근저당 설정비와 취급수수료도 없다는 설명에 대출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업과 금융업의 제휴가 급속히 늘고 있다. 유통회사는 판매처가 되고 금융회사는 상품을 제공하는 식. 일부 유통업체는 이런 제휴를 토대로 금융업에 진출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최근 봇물을 이루는 유통-금융 제휴 상품들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홈플러스가 1월 말부터 판매한 동부화재 아파트담보대출 누계는 20일 현재 약 660억원. 동부화재 박정식 융자파트장은 “판매 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실적이 훨씬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TV홈쇼핑 가운데 처음으로 보험을 판 현대홈쇼핑은 그동안 6만건 이상을 계약으로 성공시켰다. 이 때문에 CJ홈쇼핑 LG홈쇼핑 등도 잇따라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과 제휴해 보험에 뛰어들고 있다.인터넷포털 다음은 지난해 말 LG화재와 함께 자동차보험사인 ‘다음다이렉트라인’을 세웠다.

LG투자증권 박진 애널리스트는 “유통업체는 금융업체와 제휴함으로써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영국의 테스코처럼 장기적으로는 금융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목표다. 금융회사들 역시 유통업체를 통해 많은 고객을 한번에 접할 수 있다.

최근 성장이 둔화된 TV홈쇼핑은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앞으로 보험 등 금융상품을 더욱 많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홈쇼핑 보험담당 이준호 주임은 “홈쇼핑에서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 무형의 상품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걸림돌도 적지 않다. 정부 규제로 유통업체가 금융에 진출하기 어려운 데다 제휴의 경우 고객 특성이 달라 시너지를 낼지 미지수라는 것.

홈쇼핑은 충동구매가 많은 데다 할인점은 워낙 다양한 소비자가 드나들어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는 금융상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미은행도 1998년 할인점에 진출했다가 수익성이 낮아 지난해 철수했다. 소비자도 비용이 낮은 만큼 서비스의 질은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 유통업계의 금융업 제휴 현황
업종업체내용제휴사
할인점홈플러스아파트 담보대출동부화재
TV
홈쇼핑
현대홈쇼핑암, 여성, 어린이보험PCA생명
LG홈쇼핑건강, 어린이보험교보생명, 라이나생명
CJ홈쇼핑정기, 의료보장보험삼성생명, ACE화재
우리홈쇼핑건강보험대한생명
농수산홈쇼핑암보험동부생명
백화점롯데카드사 인수 뒤 백화점카드 부문을 롯데카드로 이전롯데카드
편의점세븐일레븐매장 내 현금입출금기(ATM),현금출금기(CD) 설치하나은행
인터넷
포털
다음다이렉트 자동차보험LG화재와 합작
자료:각 업체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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