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광고 귀재 김찬형-유정근 “우리는 유행 잡는 사냥꾼”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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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은 최근 사내 임직원 가운데 최고의 실력과 명성을 갖춘 광고 마케팅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마스터’ 칭호를 유정근 수석(왼쪽)과 김찬형 상무보에게 부여했다. 유 수석은 ‘기획의 귀재’, 김 상무보는 ‘이벤트의 귀재’로 불린다. 권주훈기자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은 최근 사내 임직원 가운데 최고의 실력과 명성을 갖춘 광고 마케팅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마스터’ 칭호를 유정근 수석(왼쪽)과 김찬형 상무보에게 부여했다. 유 수석은 ‘기획의 귀재’, 김 상무보는 ‘이벤트의 귀재’로 불린다. 권주훈기자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이다. 사회의 큰 흐름에서부터 초등학생의 머릿속에 담긴 생각까지 그때그때의 변화를 시의적절하게 읽어내는 게 성패의 관건이다. 이벤트에서도 역시 타이밍은 중요한 요소다. 행사의 주제를 풀어 나가는 세부 요소를 선택할 때 행사 시점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선택하는 게 필수적이다.

제일기획 김찬형 상무보(44)와 유정근 수석(42)은 각각 이벤트와 광고 분야에서 타이밍을 잘 포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좇는 이른바 ‘트렌드 헌터’들이다. 두 사람은 최근 사내에서 최고의 실력가들에게 주는 ‘마스터(대가)’ 칭호를 받았다. 마스터로 인정받은 사람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 국내 광고업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들이 트렌드를 파악하는 비결을 알아봤다.

▽반복해서 보고 내 것으로 만든다=‘이벤트의 귀재’로 불리는 김 상무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그는 “대한민국을 소재로 한 대형 CF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기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2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일까’라는 화두로 여기저기 자문했다. 결론은 ‘디지털 강국’이라는 이미지였다.

그는 첨단 디지털기술이 접목된 월드컵 개막 행사를 만들어 지구촌 사람들에게 ‘디지털 한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평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각종 공연을 자주 보는 것이 대형 무대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봉급의 10% 이상을 공연 관람에 투자한다.

배울 점이 있는 공연은 보고 또 본다. 한 번은 무대 가까이에서 연기와 무대장치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또 한 번은 먼 곳에서 전체적인 무대 시스템을 살펴본다. 공연장 다음으로 자주 찾는 곳은 ‘없는 물건이 없다’는 세운상가. 온갖 물건들을 보며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다. 첨단 기계와 첨단 시스템이 눈에 띄면 지나치지 않고 가까이서 관찰하는 것도 버릇이 됐다.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힌다=유정근 수석은 가끔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는다. 남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것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물건 하나 사면서도 꼬치꼬치 물어보는 버릇 때문이다.

‘광고 기획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바로 이 호기심 덕분이다. 젊은이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만화도 꾸준히 보고, 젊은이들의 생활 패턴을 흉내 내기도 한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젊은 소비층의 감성을 따라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 수석은 또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몸이 늙더라도 정신이 늙지 않기 위해선 자신과 다른 집단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 한국인 보보스족을 가리키는 ‘코보스’, 외모 지상주의를 뜻하는 ‘루키즘’, 10, 20대를 특징짓는 ‘P세대’ 등의 용어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만남을 통해 그가 만들어낸 용어들이다. 모두가 튀려고만 하는 시대에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로 KTF의 ‘해브 어 굿 타임’ 캠페인을 만든 것도 트렌드를 잘 알기 때문에 역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

그는 소비자의 감성에 닿는 섬세한 부분까지 광고에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샤워를 하면서도 메모하는 습관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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