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3조증액?…적자재정 논란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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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예산 규모를 당초 국회에 제출한 안(案)보다 3조원 늘려 적자재정을 편성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동차파업, 태풍, 고(高)유가 등으로 경기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져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 달성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3조원 수준의 예산증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재경부 등과 연례협의를 거친 뒤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내년도 경제회복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 재정 적자는 감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가 예상하는 내년 한국의 GDP는 651조원으로 1.5%라면 약 9조7600억원이다. IMF의 권고는 통합재정수지(일반회계와는 다름) 기준으로 이미 적자로 잡힌 3조2600억원을 제외하면 6조원 이상의 추가 적자를 내도 무방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정부가 당초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 지출규모는 일반회계 기준 117조5000억원으로 세수(稅收) 전망과 같은 균형예산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 예산편성 기본방침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한 균형예산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려 하는 데 대해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외환위기 후 계속 적자재정이 이어지면서 국민경제의 ‘최후의 방어선’인 재정이 급속히 악화된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정책변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더 많다.

임상규(任祥奎)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가급적이면 균형재정 기조를 지킨다는 게 예산처의 입장”이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예산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완만하나마 경기가 회복될 전망이므로 중립적이거나 다소 긴축적인 재정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현재 정부안을 따져 봐도 사실상 5조원 정도 적자 예산”이라며 “더 이상 적자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반대 방침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예산 증액에 찬성하고 있다.

서강대 곽태원(郭泰元·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기업의 투자 위축 등 구조적인 여건 때문인데 적자재정까지 감수하면서 재정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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