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최태원-손길승회장 퇴진을" SK에 요구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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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최태원(崔泰源) 회장, SK그룹 손길승(孫吉丞) 회장, SK㈜ 김창근(金昌根) 사장 등 SK㈜ 이사진의 퇴진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국인투자자 및 소액주주와 연대해 SK측과 표 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측은 “소버린과 대화해 합의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이사직에서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방침.

▽소버린, “현 경영진은 물러나야”=소버린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피터는 2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식회계 유죄 판결을 받은 최태원 손길승 김창근 이사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소버린이 SK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최 회장을 공격한 직접적인 계기는 SK㈜ 이사회가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에 대한 8500억원(최고 1조원) 출자전환을 결의한 것. 소버린은 최 회장을 퇴진시켜야만 SK㈜가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SK㈜를 SK그룹에서 분리하겠다는 뜻.

▽SK, “더 이상 밀릴 수 없다”=최 회장측은 여기에서 밀리면 그룹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최 회장측이 의결권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SK㈜의 자사주 10.41%를 우호세력에 넘겨 ‘백기사’로 활용하는 것. 자사주를 포함하면 최 회장측 지분은 26.3%로 올라선다. 피터 CEO도 이를 의식한 듯 “자사주는 모든 주주의 재산이기 때문에 특정세력에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미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들이 CEO로 있는 회사에서 SK㈜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소버린은 주식을 더 사는 데는 걸림돌이 있다. 지분이 15%를 넘어서면 전기통신사업법상 SK㈜가 ‘외국인회사’로 분류돼 SK텔레콤 지분 20%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소버린은 우선 외국인투자자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소액주주단체에 손을 내밀었다. ㈜SK를 그룹에서 분리하면 주가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타협 가능성도=피터 CEO는 자문사들을 통해 최 회장측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소버린은 최 회장측에 △독립적인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 구성과 △2대 주주에 걸맞은 이사추천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위원회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신임할 수 있는 이사를 통해 SK㈜의 부실계열사 지원을 막겠다는 취지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최 회장의 오너십을 건드리는 내용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피터 소버린 일문일답]“SK㈜ 잠재력 크지만 경영진 문제”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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