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전경련 회장 “검찰이 원하는 만큼 협조 쉽지않아”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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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검찰수사가) 어느 선에서 끝나나.”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은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났을 때 한숨부터 내쉬었다. 수사대상 기업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송광수 검찰총장을 만나러 가기 직전의 일이었다.

강 회장은 “(검찰수사가) 이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도 체면이 있을 것이다. 오늘 검찰총장을 만나 (검찰 체면을 살려주는 문제를) 상의하겠다. 기업도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검찰과 수사대상 기업간의 ‘협조’를 위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강 회장은 이날 “LG홈쇼핑 압수수색을 포함해 검찰수사가 자꾸만 확대되면 좋을 것이 없다”며 “잘못된 일을 정확하게 파헤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러다가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의견’이란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검찰수사 뉴스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사를 통해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한다. 그런데 국가 경제도 동시에 생각해봐야 한다. 요즘 매일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뉴스로 나오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뉴스를 보면서 ‘앞으로 내가 뭘 해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한다. 이런 점에서 계속되는 검찰 수사 뉴스가 과연 국민생활에 큰 도움이 될까. 수사 뉴스가 자꾸 나가면 국민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강 회장은 검찰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상황에 곤혹스러워 했다. 그는 ‘검찰총장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저분들(검찰)이 열심히 하는데 그것(수사)을 중단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선처를 바란다’ ‘기업들이 협조하겠다’는 등 원칙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얘기를 잘못했다가는 (검찰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해 오히려 국면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검찰이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는 ‘협조’와 관련해 기업들이 검찰이 원하는 만큼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사의 성격상 검찰이 만족할 만큼 기업들이 협조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 생활에서도 그렇지만, 상대방이 ‘모두 얘기하라’고 해도 다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느 시점까지는 ‘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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