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대주주 美e베이 "코스닥 등록취소 추진"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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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최대 주주인 미국 e베이가 옥션의 나머지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여 코스닥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을 전격 추진하고 있다.

e베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e베이KTA는 17일 “옥션 주식의 최대 639만주(49.99%)까지 공개매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e베이KTA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분 50.01%를 제외한 옥션 지분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e베이KTA측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면서 “적절한 수준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옥션의 코스닥 등록 취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개매수는 주식 매입 희망자가 매입 희망가격과 규모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 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인터넷업계와 증권계에서는 e베이가 경쟁이 치열한 국내 온라인 경매시장에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옥션 공개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장이나 소액주주의 간섭 없이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옥션 지분의 전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인터넷 경매시장에서 올해 들어 옥션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다 내년 130억원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점을 들어 옥션의 성장성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왔다.

옥션은 주사업 분야인 온라인 경매사업에서 온켓,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의 추격을 받고 있다. 또 신규 진입하려는 종합 온라인 소매업에서는 롯데, LG 등이 확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와 함께 e베이가 글로벌 자회사들의 전략을 새롭게 정리하면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베이는 글로벌시장에서 옥션만 유일하게 자체 독립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으며, 본사 e베이를 나스닥 시장에 공개한 것을 제외하고는 독일 영국 등에서 100%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기업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증시 및 인터넷 전문가들은 e베이가 나머지 지분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만 4300억∼4400억원에 이르는 점을 들어 “e베이가 국내 인터넷 경매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옥션 최고재무담당자(CFO)인 장근배 상무는 “공개매수와 등록취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최대 주주측 의견을 전달받거나 상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7만원이며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20일간 신청을 받는다. 신청은 LG투자증권 본점 및 지점에서 실시된다.

e베이의 공개매수 방침이 전해지면서 17일 코스닥 시장에서 옥션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으며 6만2600원에 마감됐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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