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소폭 삼성-중폭 SK-대폭?…그룹 임원 인사철 임박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52분


올해 주요 기업의 실적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에 실시될 재계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내수불황과 이라크전쟁,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 등으로 많은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 “요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다”고 털어놓는 전문경영인도 상당수다.

재계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곳은 SK.

최태원 회장의 오너십 안정, 채권단과 약속한 각 계열사 구조조정, 손길승 그룹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 등 인사 요인이 많지만 아직 확실한 밑그림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각 계열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어차피 세대교체도 필요한 만큼 큰 폭의 인사가 필연적”이라는 것이 외부의 시각.

그러나 SK 기업문화실 임수길 과장은 “최근의 위기는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해서 빚어진 것이 아니며 현재 필요한 것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조직의 안정이기 때문에 대규모 인사는 없다”며 세간의 예측을 부인했다. SK는 대체로 인사를 2월경 실시했지만 작년에는 12월에 실시한 바 있어 이번 정기 임원인사도 연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12월 하순에 있을 LG그룹 인사의 관심사는 통신사업부분과 LG전자.

LG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장악이 실패하면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주요 인사들은 문책인사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 LG그룹 통신사업의 중장기 비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인사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구자홍 회장의 후임인 김쌍수 부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될지가 관심사. 구씨 일가가 맡게 된다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그룹에서는 “구 사장이 LCD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LG필립스LCD를 떠나기는 어렵다”고 부인했다.

삼성전자가 3·4분기(7∼9월) 최대 매출기록을 세우는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경영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그룹은 대규모 인사요인이 없다.

다만 삼성카드 삼성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와 삼성전기 등 일부 회사가 실적이 좋지 않은데 이를 인사권자가 외부환경과 경영진의 잘못 중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인사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던 해는 ‘사장단 소폭-임원진 대폭’ 승진이라는 인사패턴을 보였지만 워낙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 비상경영체제로 움직이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인사방향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삼성은 예년처럼 내년 1월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

현대차 그룹은 8월 말 부사장급 이상 수뇌부 10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소폭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따라서 내년 초에 이뤄질 정기 인사에서는 부사장급 이상이 포함되지 않아 인사 폭이 줄어들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정몽구 회장의 둘째사위 정태영씨가 올 초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최근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사장이 승진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 한화 금호 등 중견그룹들 역시 대규모 인사요인이 없는 상태. 각 그룹들은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신규사업을 자제하고 기존사업의 수익성을 강조하다 보니 전문경영인의 임기가 길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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