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식 위협 사전예방”총수들 지분 늘리기

입력 2003년 10월 16일 17시 41분

소버린자산운용이 4월 SK㈜ 지분을 매입한 후 대기업 총수들의 지분확보 작업이 한창이다.

총수들은 계열사간 지분을 조정하거나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방식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모회사의 지분을 올리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한화, 김승연(金升淵) 회장 친정체제 구축=한화그룹은 4월부터 김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회장은 4, 7, 9월 등 3차례에 걸쳐 한화유통이 갖고 있던 ㈜한화 지분 9.83%를 모두 인수해 개인지분을 12.86%에서 무려 22.69%로 높였다.

㈜한화는 김 회장과 자사주(13.94%), 한화증권(4.9%) 등을 합한 지분이 44.5%로 높아져 적대적 M&A의 위협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한화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분변동을 통해 김 회장의 지배력은 대폭 강화됐다.

한화그룹은 또 8월에 한화종합화학 및 한화석유화학의 대한생명 지분 12%를 ㈜한화에, 한화국토개발의 지분 3.1%를 한화건설에 넘겼다. 한화건설은 ㈜한화가 100% 주주다.

이처럼 김 회장이 ㈜한화를 지배하고 ㈜한화가 계열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한생명을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어 김 회장은 대한생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다. 김 회장은 대신 한화증권 주식 100만주를 한화국토개발에 넘겨 지분이 6.8%에서 4.4%로 낮아졌으며 한화국토개발은 4.4%에서 6.8%로 높아졌다.

▽코오롱과 현대자동차도 경영권 방어=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SK사태가 한창이던 5월 중순 5차례에 걸쳐 ㈜코오롱 주식을 59만주 매입해 지분을 13.15%에서 16.75%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도 같은 시기 11만4720주를 사들여 지분이 2.75%에서 3.08%로 높아졌다.

㈜코오롱은 알짜배기 자회사들의 대주주이지만 주가가 싸고 최대주주의 지분마저 낮아 항상 적대적 M&A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코오롱은 6월 말 현재 △FnC코오롱(지분 24.7%) △코오롱정보통신(35.0%) △코오롱인터내셔널 (24.7%) △코오롱건설(10.1%) △코오롱유화(21.3%) 등을 지배하고 있는 그룹의 모회사.

코오롱그룹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개인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도 8월 말 시장에서 70만주를 사들여 지분을 4.08%에서 4.4%로 높였다.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차 지분 5%를 추가로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