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가격, 2000cc급 5년간 100만∼200만원 올라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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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97년형 쏘나타Ⅲ’를 처분하고 동급 승용차를 산 이모씨(39·서울 용산구 이촌동)는 차 값이 수년 사이 수백만원이나 오른 사실을 알게 됐다. 차의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 그리고 일부 기본 품목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예상을 웃도는 가격이었다.》

▽5년간 중형차의 가격 변화와 그 이유=국내 4개 자동차업체를 대상으로 1999년과 2003년 9월 1일 ‘2000cc급 대표 차종’을 조사한 결과 판매가격은 1∼11.7%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그다지 높지 않은 것. 하지만 올 9월 자동차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내린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은 7.5∼18.5%로 높아진다. 이를 기준으로 본 차종별 상승률은 기아의 옵티마가 7.5%로 가장 낮고 르노삼성이 18.5%로 가장 높다.

업체들은 새로운 연식(年式)을 내놓거나 또는 차종을 부분변경(Face-Lift)하면서 기본품목을 고급화하고 가격도 크게 올린다. 대표적인 것이 4, 5년 전에는 60만∼80만원을 내고 선택적으로 장착하던 ABS시스템이 모두 기본품목으로 바뀐 것.

GM대우의 한 관계자는 “중형차를 타는 소비자들은 차의 가격보다는 얼마나 고급스러운가에 더 관심을 둔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조용준 애널리스트도 “올 7월까지 ‘부와 명성의 상징’인 ‘그랜저XG’의 판매가 3만2000여대로 소형차인 베르나와 클릭의 1만9000여대 판매를 웃돈다”며 “2001년 이후 고급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승용차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업체의 마진도 좋아지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999년 6.4%에 머물렀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올해는 8.4%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형차보다 고가(高價)의 중대형차가 많이 팔린 데다 승용차의 가격도 비싸지면서 현대차의 ‘평균매출단가’는 1999년 984만원에서 올해는 1360만원으로 크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

▽2004년식은 얼마나 올랐나=특소세가 내리면서 체감하는 인상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1500cc급에서는 베르나가 1008만원에서 1047만원으로, SM3가 994만원에서 1037만원으로 각각 39만원, 43만원 올랐다. 르노삼성은 “67만원인 에어컨이 기본품목으로 바뀐 것을 감안하면 차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00cc급에서는 르노삼성이 9월 초 ‘26가지 변화’를 내세운 ‘2004 SM5’의 가격은 특소세 인하를 감안하지 않을 경우 160만원 정도 올랐다. 또 레조(LS)가 33만원, EF쏘나타GV가 13만원 올랐다.

소비자들로서도 성능이 좋은 차를 타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본품목을 지나치게 고급화하면서 차 값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해마다 기본품목을 고급화한 ‘○○년식’을 내고 차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차종 2003년식 얼마나 올랐나 (단위:만원)
차종2003년형2004년형
현대베르나1.5GVAT10081047
EF쏘나타GV2.015981611
그랜저XGR2524482496
기아쏘렌토4×4TLX(2.5)26402581
리오SF1.3936925
GM대우레조LS2.013411374
르노삼성SM3 기본형(1.5L)9941037
오토 기준. 기아 2003년형은 특별소비세가 인하되기 전 가격. 자료:각 회사

현대자동차의 연도별 평균 매출 단가 (단위:만원)
1999년2000년2001년2002년2003년
9841130122813301360
2003년은 추정치. 단가는 수출과 내수를 포함한 것. 자료:삼성증권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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