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부동산 대책]‘강남 집값 狂風’ 수도권 확산 차단

  • 입력 2003년 9월 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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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일 발표한 ‘주택가격 안정대책’의 핵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도소득세 비(非)과세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자신은 전세를 살면서 투자용으로 집을 사놓은 1가구 1주택자가 잦은 매매를 통해 투기에 편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의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대폭 높이고 재건축 조합원 자격의 거래를 금지해 ‘기대 심리’를 차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이해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법리(法理)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9·5 대책’ 왜 나왔나=이번 대책은 정부가 이달 1일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4일 만에 기습적으로 나왔다. 집값 상승세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1억원 이상 값이 오른 아파트는 서울 강남권에서만 27개 단지, 9900가구에 이른다.

집값 상승세는 주변 지역으로 확산돼 서울 양천구 목동이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등의 아파트도 최근 1주일 동안 호가(呼價)가 1억원까지 뛰었다. 서울시 의회가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내놓아 부동산가격 상승 가능성이 더 커진 것도 이번 대책이 나온 한 배경으로 꼽힌다.

▽수도권 집값 잡힐까=부동산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주택 수요와 공급을 모두 위축시켜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1가구 1주택이면서도 투기 세력을 따라다니던 가수요 세력을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내년부터 조합원 물량이라도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공급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도권에서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는 총 26만여 가구. 이 가운데 거래가 제한되는 물량은 전체의 35%인 9만1768가구다. 나머지도 추가로 한 번까지만 팔 수 있어 사실상 거래가 어렵다.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60%까지 확대하는 조치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조치는 수도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71%인 18만8278가구에 적용된다.

일부에서는 기존 16평형 조합원들에게 재건축 이후 40평형 아파트를 무상으로 배정하려 했지만 이번 조치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합들이 소형 평형 자체의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재건축이 지연되면서 아파트 공급이 줄게 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위헌(違憲) 논란 등 후유증도 많을 듯=올해 쏟아져 나온 굵직한 부동산 대책은 벌써 11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책의 남발’에 따른 시장의 내성(耐性)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대책이 전혀 예상치 않은 시점에서 발표 직후 시행돼 정책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대책 중에서도 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 실시는 발표 당일부터 실시된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명의변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건교부는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쳤다고 하지만 분쟁의 소지는 여전하다. 일반 주택을 사고팔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건축 조합은 벌써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당장 서울시 등에 항의방문을 할 계획”이라며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수도권주택 2년미만 거주 연말까지 팔아야 비과세▼

정부는 서울, 경기 과천시 및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대 신도시에서는 1가구 1주택이라도 3년 이상 보유해야 하고 그 기간 중 2년 이상 실제 거주해야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9월 4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非)과세 요건을 종전의 ‘3년 이상 보유’에 더해 ‘1년 이상 거주’라는 요건을 추가했다. 유예기간을 거쳐 올 10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거주요건을 2년으로 늘린 것이다.

작년에는 새 정책을 도입하면서 1년 가까운 유예기간을 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년 1월 1일부터 곧바로 적용할 방침이어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을 문답(Q&A)으로 알아본다.

Q:보유 및 거주 기간의 적용 기준은….

A:계약서 작성 날짜나 중도금을 치른 시점이 아니라 최종 매각 시점이다. 최종 잔금을 지급한 날짜 또는 등기접수일 가운데 빠른 날짜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Q:2003년 9월 6일 현재 3년 이상 보유는 했으나 그 집에 거주한 적은 없다.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올해 10월 1일 이전에 팔면 된다. 9월 30일까지는 거주요건이 적용되지 않고 보유요건만 따진다.

Q:3년 이상 보유는 했지만 2002년 3월 6일부터 살기 시작했기 때문에 올 9월 6일 현재 거주기간이 1년 6개월밖에 안 된다. 언제부터 팔면 양도세가 부과되나.

A:올해 10월 1일 이전에 팔면 물론 양도세를 안 내도 된다. 또 10월 1일 이후라도 연내에 팔면 이미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역시 양도세를 안 내도 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달라진다. 내년의 경우 거주기간이 2년이 되는 시점인 2004년 3월 5일까지는 2년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해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 이후에는 거주요건 2년을 넘겼으므로 양도세가 면제된다.

Q:이번 대책에서 유예기간을 4개월도 안 준 이유는….

A:투기 목적의 부동산이라면 양도세를 물기 전에 가급적 빨리 매물로 내놓도록 하여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Q:서울, 경기 과천시 및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대 신도시 이외의 지역은 어떤가.

A:1가구 1주택의 경우 3년 이상 보유만 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는 규정에 변함이 없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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