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투자 외국펀드 한국 가치주 사들인다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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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좀 상하더군요.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계 펀드가 국내 가치투자자들만큼 저평가된 가치주를 잘 뽑아내고 있거든요.”(더밸류앤코 최준철 대표)

중장기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펀드들이 최근 한국의 가치주로 거론되는 종목들을 대량 사들였다. 이들의 투자는 ‘되는 주식’을 선별해 오랜 기간 보유하는 것이 특징이어서 대상 종목과 선정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을 얼마나 샀나=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노이버거 앤드 버먼’사는 1일 신영증권 주식 24만4000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을 8.22%에서 10.81%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지난달 29일에는 농심홀딩스 주식 25만2355주(13.80%)를 한꺼번에 사들였다고 신고했다.

외국계 회사 보유 주요 종목들
외국계
투자회사
보유 종목지분
(%)
노이버거 앤드 버먼
(Neuberger &
Berman LLC)
농심홀딩스13.80
신영증권10.81
삼일제약8.59
삼천리5.40
안홀드투자자문 롯데제과5.59
남양유업19.44
퍼시스9.67
대덕전자10.35
매일유업4.19
JF에셋매니지
먼트
LG전선9.56
금강고려화학6.12
대구백화점7.16
대구은행8.55
대림요업9.30
삼립산업7.87
삼양제넥스9.66
삼화왕관5.03
성신양회8.91
신도리코6.84
조호(Joho) 펀드금강고려화학5.14
GMO이머징
마켓펀드
LG상사6.07
대상10.88
크라운제과7.54
한국신용평가정보7.40
주성엔지니어링5.55
현대엘리베이터7.15
오크마크
(Oakmark)펀드
롯데칠성6.45
자료:VIP투자자문

현대엘리베이터를 집중 매수했던 GMO이머징마켓펀드는 최근 코스닥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이 펀드는 한신평정보와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각각 35만여주(7.40%)와 166만주(5.55%) 매입했다. 이 펀드는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대상 주식을 1.5% 추가매입해 지분을 10.88%까지 높였다.

안홀드투자자문은 지난달 21일 롯데제과 주식 7만9500주(5.59%)를 사들였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롯데제과는 이미 45만원 이상의 고가주인 데다 외국인과 대주주의 지분을 빼면 물량이 4% 정도만 남은 상태여서 이번 주식 매입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외국인투자자의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대부분 크게 올랐다.

▽“싸고 튼튼한 주식을 원해”=외국계 펀드들이 주목하는 가치투자 대상은 음식료 등 소비재 업종에 몰려 있다. 끊임없이 소비되는 1회성 소비재는 매출이 꾸준하고 회사 수익도 안정적이다. P&G와 유니레버, 킴벌리, 코카콜라 같은 종목이 해외 증시에서 탄탄한 수익률을 보여준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민감주의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는 이런 종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처럼 주가 움직임이 둔해 저평가 상태에 머무는 것이 두 번째 투자기준이다.

롯데제과의 경우도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 한국의 대표 내수주치고는 아직 저평가 상태라는 판단하에 안홀드측이 투자에 나섰다는 게 가치투자자들의 분석이다.

또 다른 외국계 펀드인 조호펀드는 롯데제과 주가가 12만원에 머물던 2001년 초 이 주식을 대량 사들여 아직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유한양행이나 농심을 자회사로 둔 농심홀딩스처럼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신평정보 등 매출 구조가 단순하고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회사도 투자 관심 대상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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