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한국투자 재검토]“기업하기힘든나라” 외국인 발빼나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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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중 한국 내 투자규모 7위인 월마트의 대한(對韓) 추가투자계획 재검토는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잇따른 파업과 북핵 문제, 경기 침체 등이 한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질 전망이다.

▽꺾이는 한국 투자 의욕=1998년 한국에 진출한 월마트는 지난해까지 15개의 점포를 여는 등 한국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다. 특히 올해 초 야심 찬 투자계획을 밝히며 한국 사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러나 경기침체 지속으로 소비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노사 갈등, 북핵 문제 등으로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물류센터가 없는 월마트는 화물연대의 파업 등으로 인한 상품 조달 차질 등을 특히 걱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핵 문제로 인한 정치 불안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지 매입비 증가, 경기 침체 등도 투자 재검토를 불러온 원인으로 분석된다.

월마트코리아 관계자는 “투자 재조정은 사실이지만 한국 시장의 역동성과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사업 철수나 축소가 아닌 속도 조절”이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국적기업 한국 투자금액 순위
순위기업투자금액(달러)
1까르푸13억3000만
2코카콜라12억
3알리안츠8억9000만
4코메르츠방크7억7000만
5바스프7억2000만
6테스코7억1000만
7월마트6억1000만
8로열필립스6억
9코스트코 홀세일5억
10BT4억7000만
2002년 말까지의 누계 기준.
자료:산업자원부

▽고용 창출과 생산에 악영향=외국기업의 투자의욕 상실은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접투자는 자본시장 투자에 비해 장기적인 데다 기술이전 효과와 글로벌 경제 편입 효과 등으로 경제 성장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

월마트는 국내에서 3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3만2300명의 간접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5836억원 규모의 국내 상품을 구입해 국내 매장에서 판매했다. 또 6500억원 규모의 국내 상품을 전 세계 월마트 유통망을 통해 수출하는 등 한국 상품의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진(朴進)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유통업체는 한국 상품 수출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점포당 400∼500명의 일거리를 마련하는 고용 창출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외국인 투자=월마트의 움직임을 계기로 다른 외국기업의 투자 축소도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규모(신고 기준)는 1999년 155억4200만달러에서 지난해 91억100만달러로 줄었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나쁘다. 올 상반기(1∼6월) 외국인 투자 규모는 26억6000만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4% 정도 감소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는 올 상반기에 131억달러에 이르렀다.

산업자원부 한진현(韓珍鉉) 과장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노사문제 등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權純旴) 수석연구위원은 “합리적인 노사문화 정착,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 혜택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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