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잠식 업체에 13조원 물려

  • 입력 2003년 8월 26일 06시 44분


코멘트
시중은행 등 제1금융기관이 자기자본 완전잠식업체에 13조원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물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이 엄호성(嚴虎聲)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 농협중앙회 조흥은행 등 19개 제1금융기관이 6월 말 현재 661개 자기자본 완전잠식업체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여신잔액 총액은 12조97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이들 금융기관으로부터 30억원 이상 대출 받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산업은행이 자기자본 완전잠식업체 95개에 여신잔액이 5조5668억원인 것으로 나타나 가장 많았고, 이어 우리은행이 69개에 1조1964억원, 국민은행은 99개에 1조121억원, 외환은행은 77개에 9529억원의 순이었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해의 여신잔액 5조4758억원에 비해 1000억원가량 늘어났으며, 농협중앙회도 올해 5493억원으로 작년의 4644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올해 각각 1조1964억원과 5580억원의 여신잔액을 나타내 지난해 말의 1조3813억원, 7438억원에 비해 2000억원가량씩 줄었다.

한편 금감원은 이들 19개 금융기관이 2000년 말에는 총 783개의 자기자본 완전잠식업체에 모두 28조8084억원의 여신잔액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지난 2년6개월간 미회수 여신잔액을 15조8364억원 줄였다고 밝혔다.

엄 의원은 “은행들이 대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에 대한 신용평가와 대출적격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거액을 대출해 준 사실이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면서 “은행의 대출금이 부실기업에 장기간 잠식될 경우 은행 자체의 부실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