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그는 슬픔이요 꿈이었다"

  • 입력 2003년 8월 8일 0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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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아산병원 잔디광장에서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연합]
8일 서울아산병원 잔디광장에서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연합]
“정몽헌은 하나의 추억이 아니라 슬픔이요 꿈이었다. 정몽헌의 죽음은 결코 개인의 좌절이 아니며 역사의 좌절도 아니다. 정몽헌은 좌절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8일 오전 8시 현대아산병원 주차장옆 잔디광장에 별도로 마련된 고 정몽헌 회장의 영결식장.

영결식 시작과 함께 식장에는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쇼팽의 '장송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故정몽헌회장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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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회장에 이어 정몽헌 회장의 대북사업까지 보좌해온 김윤규 사장은 정 회장의 약력과 업적을 보고하면서 중간중간 감정이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사장은 "회장님의 업적에 대해 7천만 겨레는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축하와 존경을 보내왔다"면서 "일부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회장님은 더욱 큰 노력과 애정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고인의 업적을 보고했다.

이때 영결식장 여기 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정몽헌 회장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물이 약 5분여 상영된 뒤 손길승 전경련회장, 박홍 서강대 이사장, 도올 김용옥씨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추모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의 흐느낌은 계속됐고 상주(喪主)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박홍 이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어리석은 행동을 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용서를 구한 사람이 여기에 누워있다. 침묵의 언어로 민족 화해와 통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통해 남북 모두에게 하소연하고자 하는 의미를 올바르게 받아들이자”면서 고인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

영결식장에 마련된 좌석 1000여개에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고 서서 있는 직원과 주민, 환자 등 2000여명의 조문객들로 식장은 발디딜 틈이 없다.

단상 위 중앙에는 고 정몽헌 회장의 대형 영정이 걸려있고 향탁에는 위패 2개와 대형 촛대가 놓여졌다.

한 40대 남성은 "대북사업처럼 중요한 일을 한 사람을 왜 죽도록 합니까, 5억 달러의 가치 없습니까?"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영결식장 뒤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선(18)군의 헌화를 시작으로 유가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국화꽃으로 예를 올렸다.

이어 정대철 민주당 대표, 김근태 의원 등 정치인과 손길승 회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상공회의소의장 등 경제인, 일반 조문객들의 헌화행렬이 이어졌다.

헌화가 모두 끝난 뒤 오전 9시15분경 유가족과 현대직원, 조문객들은 버스 20여대에 나눠 타고 경기도 하남시 현대농장 옆 선영으로 떠났다.

허희재 동아닷컴기자 sel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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