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회장 자살 수사발표]"순간적 충동에 몸 던진듯"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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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5일 “내성적인 정 회장의 성격으로 미루어 각종 현안에 대해 말없이 고민하다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정 회장의 자살 이전 행적에 초점을 맞추어 투신 전까지 정 회장과 같이 있었던 고교 동기 박기수씨(54·전 현대상선 전무)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나 골프와 가족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을 뿐 정 회장의 자살을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나 동기를 더 이상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가 ‘정 회장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라고 진술했지만 대북 송금 및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정 회장의 자살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박씨의 특별한 진술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유족측이 유서의 진위에 대해 이의도 제기하지 않아 이에 대한 필적감정도 실시하지 않기로 하는 등 사실상 정 회장이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고 마무리 수사에 들어갔다.

한편 정 회장은 검찰에서 ‘150억원+α’ 비자금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던 2일 저녁에도 박씨를 만나 3일 오전 4시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W바에서 술을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달 26일 휴가차 입국해 정 회장을 두 차례 만났으며 그의 국내 체류기간은 정 회장이 3차(7월 26일, 31일, 8월 2일)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로 심리적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겹친다.

경찰은 “박씨는 정 회장을 3일 오후 2시40분경 만나 밤 11시40분경 헤어졌고 이에 앞서 2일 저녁에도 만나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함께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자리에는 정 회장과 박씨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조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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