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外 비자금 정치권 유입 포착

  • 입력 2003년 8월 5일 0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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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김영완(金榮浣·해외 체류)씨를 통해 세탁된 비자금 150억원 이외에 현대건설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 회장에 대한 수사가 대북 송금과 연관된 150억원 비자금에 국한되지 않고 계열사의 정치 비자금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대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현대건설이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여야 정치인들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정 회장을 지난달 26, 31일, 이달 2일 등 세 차례 소환 조사하면서 사실 여부를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의 비자금이 4·13총선을 전후해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외의 정치권에 유입된 정황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에 따라 정치권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50억원 외에 정치권에 유입된 별도의 현대건설 비자금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현대건설의 추가 비자금 조성 정황은 대북 송금 의혹사건 특검팀이 검찰에 넘긴 회계 장부 등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검찰이 계좌 추적을 실시한 결과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정치자금이 실제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정 회장측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회장 소환에 앞서 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 사장) 전 현대건설 사장 등 2000년 당시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들도 잇달아 소환해 현대건설이 추가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와 정치권에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현대측 관계자들은 정치자금 제공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현대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검찰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기업 경영과 관련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검찰 수사 관계자는 “현대비자금 추가 조성 및 정치권 전달 여부가 완벽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정치권에 대해 본격 수사할지도 지금 단계에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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