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분 2.7% 인수…SK텔레콤 8% 급락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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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SK텔레콤 주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 공세에 밀려 8% 남짓 급락했다.

전날 장 마감 뒤 SK㈜로부터 포스코(옛 포항제철) 지분 2.7%(248만주·3325억원 상당)를 사들인 것이 화근.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번 거래는 SK㈜에 대한 부당 지원이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의심을 또다시 불러일으키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SK텔레콤은 지분 매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전날 SK텔레콤의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는 주주들로부터 ‘통신사업 진출을 포기한 이상 SK텔레콤 지분 6.83%(1조원 상당)를 빨리 줄이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포스코는 SK㈜가 보유 중인 포스코 지분 2.73%를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포스코의 SK텔레콤 지분 가운데 2%는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에 쓰되 나머지는 팔지 않는다는 ‘신사 협정’을 협의 중이었다.

그런데 SK㈜가 갑자기 ‘사정상 포스코 지분을 팔아야겠다’고 나왔다는 것. 신사협정이 깨지면 포스코가 보유 중인 SK텔레콤 지분을 다 팔아치워도 할 말이 없어진다. 따라서 신사협정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SK㈜의 포스코 지분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SK텔레콤과 포스코가 신사협정을 맺으면서 왜 SK㈜ 지분을 볼모로 잡느냐’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이는 2000년 초 SK그룹과 당시 포철이 에너지 및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 합작 진출을 위해 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제휴를 하면서 SK그룹의 대표기업인 SK㈜가 포스코의 지분을 확보한 것에서 비롯된 구도다.

부당지원 시비에 대해 국내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SK텔레콤을 동정하는 분위기다. 한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 관계자가 ‘SK㈜가 아니라 포스코의 다른 주요주주가 지분을 팔겠다고 해도 그걸 받아줬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동원증권 양종인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은 설비투자 규모 과다 논란과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올 들어 여러 차례 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면서 “이번 거래도 ‘우리가 짐작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피해의식을 건드린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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