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경고 "인위적 경기 부양보다 경제질서 회복이 시급"

  • 입력 2003년 7월 9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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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은 한국경제가 지난 반년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추락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례적으로 경제정책의 여러 분야에 걸쳐 정부와 다른 시각을 내놓은 점이 눈에 띈다. KDI가 경제분야의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부와 이견(異見)을 드러내는 데 무척 조심스러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한 경고’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 경제 너무 빨리 망가졌다=KDI는 지난해 말 발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3%로 내다봤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 가운데서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KDI는 4월 발표에서 △내수 위축에 따른 경기 하강 △북한 핵문제 악화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1.1%포인트 낮췄다.

KDI는 이번 발표에서 과거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전이 끝나고, 북한 핵문제는 추가로 악화하지 않았고,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완화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를 4월보다 1.1%포인트 더 하향조정했다.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상반기(1∼6월) 경제가 급속히 망가졌기 때문이라는 게 KDI의 설명이다.

▽경기부양보다 법질서 확립이 시급=KDI는 이미 계획된 추가경정예산은 집행해야 하지만 추경 확대나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가 아직 바닥을 친 것은 아니지만 하강속도가 둔화돼 중대한 ‘고비’는 넘겼다는 것이다. 반면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은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동철(曺東徹) KDI 거시경제팀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다수 이익집단의 요구가 급증하고 정부의 대응 원칙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생산성 향상보다 집단행동을 통한 이익추구 유인(誘因)을 늘릴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 위축이나 부동산 시장 불안도 사회경제질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조세부담률 너무 높다=KDI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국가의 재정규모가 급속히 커져왔으며 이제는 적정규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세부담률은 1985년 16.6%에서 올해 22.3%로 높아졌고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합한 국민부담률은 17.8%에서 27.6%로 뛰어올랐다는 것.

이 같은 지적은 최근 감세(減稅)를 둘러싼 정부와 한나라당의 논란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다.

또 최근 경기 침체에 따라 청년 여성 임시직 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고용이 크게 위축됐고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도 매우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KDI는 “저소득층의 소득은 평균 임금수준보다 소비나 취업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성장과 분배의 조화정책이 기존의 고용된 조직부문 근로자의 이익만을 증진시키면 소득분배 개선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기별 경제전망
1분기2분기3분기4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
총소비 증가율(%)
총고정투자 증가율(%)
3.7
1.2
4.8
2.4
-0.6
1.7
3.0
0.9
5.6
3.1
2.2
3.9
경상수지(억달러)
상품수지(억달러)
수출(억달러)
수입(억달러)
서비스·소득·경상이전수지
-17
13
445
433
-29
23
53
465
412
-30
7
29
447
417
-22
5
31
472
441
-27
소비자물가상승률(%)4.13.33.13.1
실업률(%)3.63.33.43.5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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