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LG "엘리베이터 100대 40일만에 완벽설치"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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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오티스LG의 인터넷홈페이지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엘리베이터 100대를 동시에 설치해야 하는 공사를 발주하면서 2개사 이상을 참여시켜야 공기(工期)를 맞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오티스LG의 기술력을 믿고 맡기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불안했습니다. 결국 ‘최단기 무사고 준공’을 이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아파트의 시공을 맡았던 롯데건설의 한 임원이 올린 감사 편지였다.

6개월은 걸린다는 엘리베이터 설치공사를 40일 만에 끝낸 사연은 이랬다.

총 3200가구가 입주한 메트로팔레스는 대구지역에서 단일 아파트단지로는 최대 규모. 엘리베이터만도 100대가 필요한 대형공사였다. 애초 시공을 맡았던 우방이 2000년 8월 부도로 쓰러지면서 공사가 5개월가량 중단됐다.

우방에 이어 공사를 맡은 롯데건설은 입주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사가 늦어진 데 대해 직접적인 책임은 없었지만 입주가 늦어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입주 민들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외환 위기 이후 대구지역의 건설업체가 줄줄이 쓰러진 상황에서 서울 업체에 맡겨진 첫 공사였다.

집을 짓는 게 다 그렇지만 아파트 공사도 순서가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으면 마감공사를 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맡은 오티스LG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40여일.

오티스LG의 김창옥 소장(37)은 “주위에서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인데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낭비되는 시간을 바짝 줄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40여명의 현장 식구들은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작업에 매달렸다. 작업은 연일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건설사와 호흡을 맞추는 일도 중요했다. 착공설명회를 시작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진행될 때마다 공사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롯데건설과 오티스LG는 핫라인을 운영하면서 수시로 의견을 조율해 나갔다. 그렇게 콤비플레이를 펼친 지 40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3월31일 미국 뉴욕에선 오티스 창립 1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창업자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의 이름을 딴 오티스는 150년간 엘리베이터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티스의 한국법인인 오티스LG의 대구 메트로팔레스 사례 발표였다.

오티스LG의 서비스사업부장인 브래들리 벅월터 부사장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오티스 임직원을 상대로 100대의 엘리베이터를 단 40일 만에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설치한 사연을 설명하자 장내는 술렁거렸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잠시, 곧이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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