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우량주 팔고 저평가株 매입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3개월간, 코스닥에서 4개월간 연속적으로 주식을 대량 순매도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SK텔레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최근 3개월 동안 2조5000억원가량(거래소 2조2500억원, 코스닥 230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종합주가지수 600선 아래에서 2조원 넘게 순매도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어서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 핵문제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한국의 국가위험(country risk)이 높아져 외국인이 6일 동안 5200억원어치나 내다팔아 이런 우려를 조심스레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은 올 들어 SK 한국콜마 부산은행 등 23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새로 사들였다. 주로 장기투자하는 대규모 외국인은 한국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보유비율이 높은 업종 대표주를 파는 대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외국인은 수익이나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중소형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수익률을 높이려 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 업종 대표주 집중 매도=외국인은 2월3일부터 4월25일까지 삼성전자를 1조2336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또 가장 많이 판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국민은행 LG화학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신세계 삼성증권 KT 포스코 등은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업종 대표주들이다.

외국인 매물압력을 받은 이 종목들은 하나은행이 47.6% 떨어진 것을 비롯해 국민은행(22.3%) 신세계(19.4%) 포스코(18.1%)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하락률(4.3%)을 크게 웃도는 것.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상무는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의 국가위험이 높아지면서 한국비중을 줄이기 위해 업종대표주를 내다팔고 있다”면서 “그러나 종합주가지수 550선 아래에선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는 일단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 이상 지분 보유는 증가=외국인들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기업은 25일 현재 96개사로 작년 말보다 14개(17.1%)가 늘었다. 보유주식수도 3억6952만주에서 4억1690만주로 12.8%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크레스트증권이 SK의 지분을 14.99% 사들인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개발은행이 한국콜마 지분을 11.20%로, 바우포스트그룹이 현대약품의 지분을 8.04%로 끌어올렸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일부 외국인들이 지역별 투자전략에서 업종별(또는 기업별) 투자전략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본부장도 “외국인은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 미만인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바우포스트그룹은 작년부터 꾸준히 제약주를 사들여 현대약품(8.04%) 삼일제약(9.14%) 환인제약(7.56%) 삼아약품(5.02%) 등을 5% 이상 갖고 있다. JF에셋매니지먼트는 올 상반기 신세계(5.22%) 대구백화점(5.05%) 광주신세계(5.0%)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ARISAIG은 한섬(6.93%) Fnc코오롱(5.11%) 등 의류업종과 소형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 순매수 상위 종목 (2003년 2월 3일~4월 25일 중)
순매도			순매수
종목	금액(억원)	주가등락률(%)	종목	금액(억원)	주가등락률(%)
삼성전자	12,336	-1.4	한국전력	1,160	9.9
국민은행	2,753	-22.3	삼성중공업	806	7.0
LG화학	1,385	-9.3	LG카드	770	-55.6
SK텔레콤	1,337	-11.7	SK	740	-28.0
현대자동차	1,199	4.7	부산은행	621	20.9
신세계	1,117	-19.4	대우조선해양	467	3.6
삼성증권	992	-9.1	LG석유화학	401	2.1
하나은행	961	-47.6	KT&G	330	11.8
KT	880	0.4	LG상사	330	13.7
포스코	622	-18.1	한미은행	329	-14.6
자료:증권거래소

올해 외국인지분이 5% 이상으로 증가한 주요 기업 (단위:%)
구분	투자자	보유비율	최대주주 지분	우호지분
한국콜마	싱가포르개발은행	11.20	23.23	24.99
부산은행	CRMC	8.18	3.22	14.18
현대약품	바우포스트	8.04	10.95	33.05
한섬	ARISAIG	6.93	21.79	34.06
Fnc코오롱	〃	5.11	28.15	56.12
금비	〃	5.08	16.0	54.74
삼천리	Neuberger&BLLC	5.40	8.31	35.21
신세계	JFAM	5.22	15.9	32.57
대구백화점	〃	5.05	8.42	42.45
광주신세계	〃	5.0	52.0	62.6
주:25일 현재 자료:증권거래소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