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 해결조짐 분양시장 되살아나나

  • 입력 2003년 4월 24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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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걸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마련된 성원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동작 성원상떼빌’ 모델하우스에는 23일 3500여명의 내방객이 몰릴 정도로 장사진을 이뤘다. 권주훈기자
‘분양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걸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마련된 성원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동작 성원상떼빌’ 모델하우스에는 23일 3500여명의 내방객이 몰릴 정도로 장사진을 이뤘다. 권주훈기자

부동산 분양시장이 살아날 조짐이다. 이라크전쟁이 끝나면서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청약률뿐 아니라 계약률도 오르는 추세다.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신호탄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단기 투자를 노린 자금 유입일 뿐 본격적인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경계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되살아난 청약열기=종전(終戰)에 따른 최대 수혜주는 주상복합아파트.

올 들어 3월까지만 해도 청약률은 높았으나 초기 계약률은 50%를 밑돌았다. 이라크전쟁, 북핵 위기 등 국내외의 ‘악재’가 겹쳐 분양 당첨이 되고도 계약을 꺼렸기 때문.

그러나 이라크전이 끝나고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계약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SK건설이 강남구 도곡동에 짓는 ‘양재 SK 허브 프리모’가 대표적인 예다. 이 아파트는 11일 분양이 시작돼 15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받았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52 대 1. 계약률은 100%로 17일부터 이틀 동안 176가구가 모두 팔렸다. 현재 14평형이 최고 2000만원, 29평형은 3000만원 정도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김윤배 SK건설 분양소장은 “계약 이후 24일까지 전매율이 약 40%에 이른다”며 “일부 평형은 전매가 2회 이상 이뤄질 정도로 매매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 회사가 구로구 신도림동에 분양한 ‘SK 뷰’(아파트 304가구, 오피스텔 150실)도 17일 하루 만에 계약이 100% 완료됐다. 32평형 아파트에 2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

롯데건설이 최근 서초구 방배동에 분양한 ‘롯데캐슬 헤론’ 역시 계약률이 90%에 이른다. 프리미엄은 평형에 따라 2000만∼4000만원 정도.

이 밖에 제주시 도남동의 아파트 ‘대림 e-편한세상’은 24일 초기 계약률이 60%를 넘어섰다. 또 24일 계약을 시작한 경기 용인시 기흥의 ‘벽산 블루밍’도 첫날 계약률이 6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도 사라진다=기존의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물량도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다.

분양 물량의 절반 정도가 미분양됐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주상복합아파트 ‘SK 허브 젠’은 24일 현재 오피스텔이 100%, 아파트가 70% 정도 팔렸다. 상가 점포는 16개 중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이 모두 분양됐다.

용산구 문배동의 ‘이안에행복’(아파트 182가구, 오피스텔 84실)은 청약에서 미달 사태를 빚었으나 최근 계약률이 100%에 이른다. 이 중 95%가 최근 2주 동안 계약됐으며 저층에 있는 아파트 3가구와 오피스텔 2실만이 미분양 상태다.

분양대행을 맡은 솔렉스플랜닝 장용성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선거와 전쟁 위기 등으로 분양시장이 극도의 침체기에 빠졌다가 전쟁이 끝나고 북핵 문제가 해법을 찾아가면서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여전한 ‘음지(陰地)’=그렇다고 해서 모든 분양 현장이 호조를 보이는 건 아니다. 22일 실시한 인천동시분양 청약에서는 287가구에 1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도 마찬가지. 3월 분양한 A주상복합은 전망이 가장 좋다는 층의 프리미엄도 500만원에 그친다. 그나마 거래가 없다.

제주 도남동 ‘대림 e-편한세상’도 현지 실수요보다는 부산 등지에서 원정 온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후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는 돈이 몰리는 곳은 ‘대박’이 터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철저히 외면당하는 이원화현상이 뚜렷하다”며 “여기에 단타를 노린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고 있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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